"달러유입 억제-유출은 완화" 외환수급정책 변화 가능성

외환위기 이후 지속돼온 일방적 달러 유입 정책이 원ㆍ달러 환율 급락을 계기로 ‘달러 유입 억제, 유출 완화’ 쪽으로 선회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를 넘어서고 환율이 세자릿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내에만 자금을 붙들어놓을 경우 환율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4일 “현재 외환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수급”이라며 “환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외화유출을 무조건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언급, 외환수급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이날 박승 한국은행 총재와 가진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앞으로의 경제운용에서 수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입도 함께 늘려 확대균형을 도모해야 한다”며 “특히 해외 부동산 투자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고 규제완화를 통해 대외 직접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입증가와 대외투자 확대가 물가안정, 환율안정, 통상마찰 방지 및 내수진작 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인준 서울대 교수, 이규황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최흥식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23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해외투자 활성화를 통해 외환수급 안정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혀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투자를 늘려 국내시장에서의 달러 수요를 늘리는 쪽으로 정책이 진행될 것임을 내비쳤다. 정부는 또 지난해 말 발표할 예정이었던 ‘자본 해외유출 방지대책’ 발표시기도 오는 4월 이후로 연기했다. 아울러 기업의 해외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등의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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