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저층 아파트 재건축 이주로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 경기도까지 전월세난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서울시의 이주 시기 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러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겹치지 않도록 시기를 분산하면 이주에 따른 혼란이 완화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 전월세난이 워낙 심각해 이주 시기 조정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이주 기간 자체를 길게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의회가 지난해 말 통과시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가 이주 시기 조정 대상이 되려면 일단 가구 수가 500가구를 넘어야 한다. 이에 더해 해당 단지와 같은 법정동 내에서 6개월 안에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단지의 가구 수가 2,000가구를 넘으면 이주 시기 조정 대상이 된다. 이 경우 서울시 이주시기조정위원회에서 최대 1년까지 이주 시작 시점을 늦출 수 있다.
2,000가구가 넘는 단지만 이주 시기를 조정할 수 있었던 이전 조례에 비해 대상 단지가 한층 많아진 것이다. 예컨대 강남구 개포지구의 경우 주공1단지(5,040가구)와 4단지(2,840가구)만 2,000가구가 넘고 나머지 3개 단지는 2,000가구 이하여서 이들 3개 단지가 줄줄이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이주에 들어가도 조례 개정 전에는 이주시기를 조정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2단지(1,400가구)가 이달 초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가운데 현재 관리처분 총회를 준비 중인 3단지(1,160가구)와 시영(1,970가구)이 오는 8월 안에 관리처분을 신청하면 이주 시기 조정 대상이 된다.
강동구 고덕지구는 상황이 조금 복잡하다. 같은 주공아파트라도 2단지는 고덕동이고 3~7단지는 상일동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850가구 규모의 2단지가 이미 관리처분을 받았지만 3~7단지의 이주 수요 조정에는 영향이 없다. 만약 5~7단지(각 880~890가구) 중 한 단지가 6월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받더라도 지난해 말 인가를 받은 4단지(413가구)와 합쳐 총 2,000가구가 넘지 않으므로 이주 시기 조정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2,580가구인 3단지가 5~7단지보다 먼저 관리처분을 받으면 나머지 단지들의 이주는 크게 늦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주 조정 대상 단지가 아니라도 이주 기간을 길게 잡아 관리처분 인가를 조건부로 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음달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개포2단지는 6월, 고덕2단지는 7월까지 이주를 완료할 예정인데 적어도 12월까지 이주 기간을 늘려 인근의 민간 및 공공임대 아파트 입주 시기와 맞물리도록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포지구의 경우 대치동 '래미안 대치 청실'(1,608가구)이 10월 입주 예정이며 고덕은 하남미사지구 A13블록 국민임대(2,742가구)가 10월 준공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