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손자병법] 핸디캡 인정해야 실력 늘어


故智將務食於敵 食敵一鐘 當吾二十鐘 기간一石 當吾二十石(고지장무식어적 식적일종 당오이십종 기간일석 당오이십석). ‘고로 지혜로운 장군은 적에게서 식량을 조달하려고 힘쓴다. 적군의 식량 1종을 먹는 것은 본국으로부터 20종을 보급 받는 것에 해당한다. 적의 사료 1석을 취하는 것은 본국으로부터 사료 20석을 보급 받는 것과 맞먹는다.’ 손자병법 작전(作戰)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골프의 신사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는 핸디캡 주고 받기다. 동반자와 기량 차이가 날 경우 미리 타수 또는 내기 금액을 가감해주는 것이다. 이는 다른 종목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물론 공식 경기에서 핸디캡을 인정하는 일은 없다. 골퍼들 가운데는 핸디캡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 간혹 있다. 자신의 기량이 상대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핸디캡은 동반자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기 때문에 거부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상대의 호의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다. 적정 수준의 핸디캡을 받는 것은 좋은 스코어를 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몇 타, 또는 얼마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으므로 조급증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힘 주지 않는 부드러운 스윙으로 미스 샷도 크게 줄어든다. 반대로 핸디캡을 회수(?)하려는 동반자들은 실수를 하기가 쉽다. 그런데 핸디캡을 받을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첫째는 상대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배려해 달라고 졸라대는 것은 올바른 에티켓이라고 할 수 없다. 또 한 가지는 핸디캡을 속이는 일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과시할 때는 ‘싱글 핸디캐퍼’인 양 자랑을 하지만 조그만 내기라도 할 때는 핸디캡을 마구 높인다면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다. 핸디캡을 잘만 활용하면 기량이 좋아져 점차로 핸디캡을 낮춰갈 수 있다. 나아가 ‘에티켓 핸디캡’에도 신경을 쓴다면 훌륭한 골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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