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 수도권에서 공급될 택지물량이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적정치의 37%에 그치는 등 주택시장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택지공급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토지적성평가 등의 문제로 인해 향후 2년간 민간택지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데다가 공공택지공급마저 목표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것이다.
4일 한국토지공사ㆍ대한주택공사ㆍ경기도 등에 따르면 내년 중 수도권에서 신규 공급될 택지는 262만2,660여평에 그칠 것을 잠정집계 됐다. 이는 국토연구원이 최근 `2003~2012년 주택종합계획`을 통해 제시한 수도권 공공택지 적정공급량(10년간 7,060만평, 연평균 706만평)의 37%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민간개발택지의 경우 향후 2년간 공급이 전무할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시가지 내 택지개발용지가 고갈된 수도권의 경우 민간이 택지개발을 하려면 비(非)도시지역에서 2종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거나 도시지역 내 계획관리지역 등에서 도시개발사업을 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인 토지적성평가와 도시기본 및 관리계획 등이 수도권에선 2005년 말에나 수립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 등에 따르면 민간이 2종 지구단위계획구역이나 도시개발사업지구 지정신청을 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국토연구원 토지주택실의 손경환 박사는 “토지적성평가 등의 문제로 인해 향후 2년 여 간은 수도권 택지공급부족현상이 우려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택지공급 위축이 예상됨에 따라 민간 주택업체들의 택지확보난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한주택공사가 최근에 공급한 고양시 풍동택지개발지구의 주택용지의 경우 2필지 공급에 무려 500여 개 업체가 분양신청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을 정도다.
더구나 이 같은 택지공급부족 현상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공공개발 택지의 경우 최근 2~3년 새 수도권 토지가격이 급등하면서 토지 등을 수용당하게 되는 주민들과의 보상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 토공의 한 택지개발담당 실무자는 “최근 들어 토지보상에 관한 주민들과의 신경전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실시계획 수립단계까지 가더라도 택지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개발 택지의 경우는 더욱 전망이 암울하다는 게 주택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2종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주택사업을 벌이려면 최소한 30만평 이상(아파트 2,500가구 이상 건립가능부지)의 토지를 확보하고 해당 지역 주민 80%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 최근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 회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주택업체들이 이를 감당할 만한 자금을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장철수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90년대에는 민간과 공공개발 택지의 공급비율이 50대 50수준이었지만 현재는 민간개발택지는 거의 전무한 상태”라며, “결국 공공개발택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데 그마저도 부족해 주택공급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