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혼란과 쇄신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이 총선을 50여일 앞둔 상황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최병렬 대표가 `퇴진` 압박에 22일 결국 백기를 들었다. 최 대표는 곧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던 민주당은 지난한해 내내 분당문제로 소용돌이치더니 이제는 공천개혁을 놓고 다시 내홍을 겪는 모습이다. 이들 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상황진척 여부에 따라 정치권에 자칫 엄청난 지각변동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병렬 대표가 지난 17일 관훈토론회에서 당의 위기 원인으로 불법대선자금을 지적, 이회창 전 총재의 책임론을 제기하자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심화되면서 대표 퇴진문제까지 제기된 것이다. 결국 최 대표가 그동안 당의 개혁을 제대로 이행치 못해온데다 모든 책임을 이 전 대표측에 떠넘긴 형태가 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는 것이 당 안팎의 지적이다. 민주당은 추미애 의원이 `호남물갈이`공천 혁명을 주장하며 호남중진과 당 지도부를 비판한 것을 놓고 주류측과 소장파가 극심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최근 혼란사태는 그동안 당 개혁문제 등을 놓고 각 당의 쇄신파를 중심으로 누적된 불만이 총선을 앞두고 폭발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그동안 구심점없이 여당으로서의 이미지 확립에 어려움을 겪어온 열린우리당이 정동영의장 체제 출범이후 정당 지지율에서 1위로 올라서며 국민들에게 한발짝 다가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불법 정치자금`수수 문제 등에 휩싸여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상당히 침체된 모습을 보여왔다. 이들 정당의 소장파와 개혁세력 등은 이런 환경속에서 “당의 쇄신과 `국민 정당`으로 거듭나는 혁신적 노력을 벌이지 않고서는 총선승리를 실현할수 없다”는 주장아래 당 지도부와 맞서거나 정치적 소신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은 일부에서 “특정 세력이 당권을 장악키위한 목적 등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개인 이미지 부각을 위한 공세”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쇄신을 위한 하나의 몸부림으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득권에만 안주하는, 그리고 부패한 이미지의 정당`이 아닌 진정 국민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정치부 남문현 차장 moon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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