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내년 6월로 임기가 끝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재선임을 약속했다. 부시 대통령의 약속이 이행될 경우 87년 8월에 미국 중앙은행 총수로 오른 그린스펀은 이사직이 만료되는 2006년까지 1월말까지 FRB 의장직을 맡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22일 그린스펀의 업무 수행능력과 연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또한번 연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내년에 그린스펀을 재임명할 것인지에 대한 확인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뉴욕 월가의 페드워처(Fed watcher)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원하는 한 내년에 연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그린스펀 의장이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평가하면서 “그가 재임명을 요청하거나 수락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그린스펀의 연임을 약속했다는 뉴스로 뉴욕 증시가 폭등, 이날 다우와 나스닥 지수가 모두 2% 가까이 급등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2004년 재선을 앞두고 감세안을 의회에 통과시켜 경제를 살리려는 정치적 제스처로 분석되고 있다.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91년 걸프전에서 승리했지만, 90~91년에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FRB가 금리 인하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그린스펀을 비난했었다. 부시 현 대통령은 전쟁에 이기고도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경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린스펀을 껴안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 77세인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전립선 수술을 받았으며, 내주부터 정상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가 2006년까지 연임할 경우 20년간 최장기 FRB 의장을 기록하게 된다.
그린스펀 의장은 연초 의회에서 부시 행정부의 감세안이 재정 적자를 유발한다며 반대, 공화당 수뇌부의 반발을 샀다. 월가에서는 부시 행정부 경제관료들의 정신적 지주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를 그린스펀의 후임으로 거론해왔다.
FRB 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