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FTA와 컬처코드 마케팅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17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또는 타결했다. 지난 2007년을 기준으로 이들 국가들과의 교역은 1,840억달러로 우리나라 총교역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유럽연합(EU)ㆍ인도ㆍ캐나다 및 멕시코와도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FTA 체결국가와의 교역 비중은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FTA 체결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용 수단이다. FTA 체결만으로 교역이 활성화돼 우리경제의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고 국민 후생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전적으로 우리 산업계가 FTA라는 수단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린 문제다. FTA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컬처코드’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국가들은 자국만의 고유한 컬처코드를 가지고 있고 이는 각자가 속한 세계에서 경험한 문화를 통해 습득되며 어떤 시대, 공간적 환경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라파유 박사(베스트셀러 ‘컬처코드’의 저자)는 ‘컬처코드는 한마디로 특정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 의미’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면 미국인들은 땅콩버터를 보면 어린 시절 땅콩버터를 발라주던 ‘어머니의 사랑’ 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떠올리지만 프랑스인에게는 ‘하나의 식품’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땅콩버터에 대한 미국인과 프랑스인의 코드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컬쳐코드는 물건을 살 때도 민족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미국 사람은 어떤 기능이 있는지를, 일본 사람들은 얼마나 새로운 디자인인지를, 독일 사람들은 고장 없이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고 한다. 에스키모들이 사는 곳은 춥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냉장고를 팔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에스키모 가정에도 냉장고는 필수품이라고 한다.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두면 딱딱하게 얼지 않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에스키모들의 ‘얼지 않음’의 코드를 냉장고 마케팅에 활용한 결과임이 분명하다. 미국에서 140여개의 매장을 운영해 지난해 4억2,000만달러 매출을 올린 한인 의류브랜드인 ‘포에드21’은 미국 젊은이들의 패션 코드를 활용했고 흑인의 힙합 의류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사우스 폴’도 그들의 독특한 컬쳐코드를 의류패션산업에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는 FTA가 단지 가격경쟁력만을 높여 그동안 잃어버린 시장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우리기업들은 소비자의 코드에 맞는 고기능성 부가가치 상품을 개발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확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도 기업의 연구개발(R&D) 및 마케팅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FTA는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해 각인된 세계인의 코드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인이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코드를 단순히 ‘싼 제품’으로 인식하게 할지 아니면 ‘소비자의 코드에 맞는 상품’으로 인식하게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가 FTA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