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케, 승리를 안다제13보(201∼253)
「큰 승부에 명국 없다」는 말은 승부의 속성을 잘 설파한 말이다. 쌍방이 이렇다 할 실수 없이 최선으로만 둔 바둑을 명국이라고 하는데 그 경우의 명국은 고품격과 고품질을 나타내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당사자의 인간적 체취나 갈등, 고뇌를 온전히 나타내 주지는 못한다.
어차피 인간은 실수를 범하게 마련인 바에는 자기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한편 상대의 결정적인 실수를 제때 포착할 수 있는 훈련을 쌓는 도리밖에 없다.
지금 이시다의 백대마는 목숨을 패에 걸고 있다. 상대적으로 오타케는 여유가 있다. 조금만 이득을 챙기면 이기는 입장이다.
흑11이 여유 있는 쪽의 부드러운 입장을 잘 나타내 준다. 백대마를 곱게 살려주겠다는 태세.
흑21이 큰 실수로 상대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제공했다. 백22가 천추의 한을 남긴 완착. 참고도의 백1 이하 9로 두었으면 백승이었다. 흑21로는 44의 자리에 보강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그랬으면 흑승이 확정되었을 것이다.
백28로는 먼저 29의 자리에 끊었어야 했다. 숨막히는 순간에 흑29를 정확하게 찾아서 둔 오타케가 결국 승리를 안게 되었다. (4,12,20,34,42,47…1의 위. 7,17,31,39,45…1. 41…33의 위) 253수 이하 줄임 흑4집승. /노승일·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0/05/2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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