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2억790만달러(한화 2,350억원) 규모의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사업' 수주전에 뛰어든다.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으로 진행되는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17일 수출입은행 필리핀 현지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할라우강 다목적사업은 설계가 마무리되고 구매입찰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구매입찰준비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사전작업이다. 현지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필리핀에 진출해 있는 대림·대우·GS·금호 등 대형 건설사들이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필리핀에 진출한 지 40년이 넘은 터줏대감으로 수비크 조선소 등을 건설한 경험을 보유한 한진중공업이 적극적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할라우강 프로젝트 참여를 적극 고려 중인 것은 이 사업이 EDCF 자금으로 지원되기 때문이다. EDCF는 정부가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기 위한 장기저리차관(만기 25~40년, 금리 0.01~2.5%) 지원을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이희준 금호건설 푸에르토프린세사공항사업 현장소장은 "EDCF는 자금지원도 안정적이고 앞으로 다른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현재 총 11조5,965억원(승인 기준)의 EDCF 자금을 지원했다. 베트남·방글라데시·필리핀·캄보디아·스리랑카 등 아시아 5개 국가가 전체 승인액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자금은 이들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경제개발에 꼭 필요한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푸에르토프린세사공항 확장사업만 해도 공사가 마무리되면 기존보다 규모가 7배나 커져 매년 30%씩 급증하고 있는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훌리아니토 부카얀 필리핀 교통통신부 차관은 "저리의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한국 건설사들의 전문적인 기술력을 전수받을 수 있다"며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덩달아 좋아졌다"고 전했다.
기재부는 EDCF 지원을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다. 올해는 신규사업에만 1조4,000억원을 승인하고 지난해 대비 32.8% 증가한 8,38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