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0월로 예정된 미국의 생체인식여권 도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테러범들의 여권위조 또는 변조를 막기 위해 내년 10월부터 생체인식여권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아직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여권의 경우 그대로 사용하면 되지만 만기가 되면 생체인식여권으로 반드시 바꿔야 한다. 다시 말해 앞으로 생체인식여권이 없는 미국인이나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외국인들의 출입은 금지되는 것이다.
생체인식여권이란 여권 소지자의 얼굴, 지문, 신체특징 등에 대한 디지털 정보가 담긴 칩을 부착한 여권을 말한다. 디지털 정보에 담긴 얼굴 모습과 여권 소지자의 얼굴이 다른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일단 위조 여권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생체인식 기술수준의 신뢰도가 아주 낮기 때문에 예정대로 생체인식여권을 도입할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체인식 여권은 주로 얼굴 인식기술을 활용할 예정이지만 이 기술의 정확도는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빛의 세기가 조금이라도 달라지거나 수염이 조금만 자라도 정확하게 판독하기가 어렵다. 일부에서는 얼굴인식기술의 오차율이 무려 5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생체인식기술의 표준화 문제도 큰 장애 요인이다. 기술의 호환성이 없으면 영국에서 발행된 여권을 미국이나 일본의 출입국관리국에서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게 된다. 이럴 경우 생체인식여권은 무용지물이 된다.
당초 미국 정부가 올해안에 생체인식여권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그 시기를 2005년10월로 늦춘 것도 이런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다. 독일 브라운호퍼 연구소의 디르크 쇼이어만 박사는 “가장 큰 문제는 얼굴을 비롯한 신체의 특징을 추출하고, 이를 판독하는데 필요한 기술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긴밀한 협력이 이뤄줘야 생체인식 여권이 제대로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생체인식여권도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도입의지는 확고하다. 생체인식기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의 여권에 자신의 사진을 붙이는 방식으로 여권을 위조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지문인식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문채취는 프라이버시 침해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이 올해 초부터 외국인 입국자에 대해 지문을 채취하자 브라질의 경우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인 입국자에 대해서만 지문채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