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위축 부메랑의 주범 된 미친 전월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물량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그러잖아도 구하기 어려운 전셋집들마저 재계약 기간이 돌아오는 족족 집주인들이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바람에 전세 구하기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고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의 월세 거래 비중은 41.5%다. 지난해 7월의 36.5%에 비해 1년 새 5%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말이면 월세 거래 비중이 전국 평균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9년 3월에 시작된 월간 전세 가격 오름세는 지금껏 78개월째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 기간 전셋값 상승률은 무려 47.5%에 달한다. 주택소유자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것보다 월세로 임대하는 것이 돈이 된다. 결국 최근의 전월세 파동은 주택 수급의 문제라기보다 저금리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와 같은 금리 구조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전세 품귀와 월세 전환 현상이 더욱 가속할 수 밖에 없다.

전월세 파동은 서민들의 주택난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가뜩이나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하는 마당에 국민 소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올 2·4분기 가계의 실제 주거비 지출은 월평균 7만3,900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4분기 가계 소비성향이 세월호 참사의 영향을 받은 지난해 2·4분기의 73.3보다 못한 71.6으로 나타나는 등 극도로 위축된 소비성향을 보이는 것도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주거불안은 이제 경기침체의 악순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등 깜짝 소비 진작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월세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근본적인 경기 대책일 수 없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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