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CEO의 전략적 선택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한 글로벌 기업이 실시한 설문에서 ‘CEO 한 사람의 능력이 기업평가의 50%를 차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CEO는 이미 기업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무형 자산이다.
CEO에 대한 대우도 달라지는 추세다. 미국 기업의 CEO 급여는 일반 근로자의 85배나 된다. 씨티은행ㆍHSBC의 CEO도 대졸 초임사원의 29배가 되는 급여를 받는다. 여기에 다른 보상도 많다. 미국 20대 은행의 CEO 보상은 급여가 3분의1이고 스톡옵션과 보너스 등이 3분의2를 차지한다. 평균 임기도 12년이 넘는 등 경영 성과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권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내 금융 CEO에 대한 대접은 신통치 않다. 국내 은행 CEO의 급여는 대졸 신입사원의 4.6배 수준에 불과하다. CEO 보상의 3분의2가 급여고 나머지는 단기성과에 대한 보수다. 평균 임기도 3년을 넘지 못한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 CEO가 9명이나 된다. 본지가 세 차례에 걸쳐 연재했던 ‘글로벌 금융 CEO를 키우자’ 기사에 많은 독자들이 동감하면서 “이번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 CEO를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시에 금융 CEO들도 글로벌 뱅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중 하나가 예대마진과 국내 영업에 의존한 수익구조 문제. 수익의 85% 이상이 국내 고객으로부터 받는 예대마진인 상황에서 은행의 수익과 CEO의 높은 연봉은 고객이 지급한 이자인 셈이다. 삼성이 사상 최대의 순익을 내고 CEO에게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를 주면서도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는 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고객에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도 해외에 진출하고 다양한 곳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러자면 소비자ㆍ은행에 모두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그러려면 금융 CEO가 대접받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