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 홀!] 부산 아시아드CC 파인코스 7번홀

보기만 해도 "휴~" 영남권 핸디캡 1번홀
좌우 연못·OB 있어 티샷부터 부담… 페어웨이 좁고 휘어 눈앞이 캄캄
솟아난 그린선 볼 내려가기 일쑤… 방심하면 더블보기 이상 무너져



'올드맨 파(Old Man Par)'라는 말이 있다. '전설의 골퍼' 보비 존스(미국·1902~1971)가 써서 유명해진 표현이다. 그는 골프는 상대방이 아니라 '올드맨 파'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의 존재와 경쟁하는 게임이라고 믿었다. 결국 올드맨 파는 코스 또는 자신을 의인화한 것이고 매홀 파를 목표로 플레이해야 한다는 의미다.

너무 까다로워 애초에 보기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 홀도 있다. 부산 기장의 아시아드CC 파인코스 7번홀(파4·404m)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올드맨 보기' 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경기장으로 만들어진 골프장인 만큼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은데 27홀 가운데서도 이 홀이 압권이다. '영남권 핸디캡 1번홀'이라는 별명은 자존심 센 부산 골퍼들이 혼쭐난 뒤 붙인 것인지도 모른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머리 위 사과를 맞혀야 했던 빌헬름 텔의 심정이 느껴질 정도다. 티샷 낙하 지점의 왼쪽에는 연못, 오른쪽 울창한 자연림은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이어서 볼을 떨굴 곳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좁은 페어웨이는 왼쪽으로 휘어져 그린이 보이지 않는다. 티샷은 왼쪽 연못 입구와 나란히 있는 오른쪽 벙커의 사이를 겨냥해야 한다. 레귤러 티잉그라운드 기준으로 내리막을 감안해 200m 남짓 보내야 한다. 클럽 선택부터 갈등의 시작이다. 장타자는 페어웨이를 뚫고 지나가는 일명 '맞창'도 조심해야 한다.

이 홀이 어려운 건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쉽게 더블보기 이상으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무사히 티샷을 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티샷이 조금 짧았다면 두 번째 샷은 그린 바로 앞까지 길게 뻗어 있는 연못을 완전히 가로질러야 한다. 이상적인 곳에 떨궜다 해도 그린까지는 160m가 넘게 남는다. 여전히 '왼쪽 연못, 오른쪽 OB'의 공포 속에 롱 아이언이나 페어웨이우드를 잡아야 한다. 두 차례 웨지 샷으로 3온을 노리는 것도 현명한 하나의 방법이다. 그린이 솟아 있어 흘러내릴 경우 오르막 어프로치 샷을 해야 하고 솥뚜껑처럼 배가 부른 그린은 2퍼트 마무리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달 이곳에서 열린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사흘 동안 샷이 정확하기로 이름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정상급 선수들도 더블보기 9개, 트리플보기 2개를 적어냈다. 2007년 KLPGA 투어 대회 땐 강풍 속에 11타를 친 선수도 나왔다.

바로 이어지는 8번홀(파4)도 무시무시하다. 끝없는 오르막에 그린도 앞으로 기울어져 있어 짧게 치면 다시 내려오는 '요요 현상'에 애를 먹게 된다. 버디를 노려볼 만한 레이크코스 2번홀(파5), 오르막 경사와 그린 앞 커다란 벙커가 위협적인 레이크코스 9번홀(파4)도 골프장을 대표한다.

아시아드CC는 구릉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홀을 배치한 자연 친화적 코스다. 과거 조림지였기 때문에 울창한 소나무 숲과 억새가 아름답다. 변별력 높은 코스는 지난해 7월 골프 경영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헌수 대표이사가 취임한 후 업그레이드된 서비스, 코스 관리와 어우러져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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