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지도부, 협상팀에 석방조건 변경권한 부여

한국인 피랍사태 28일째인 15일 탈레반 지도부가 자신들의 협상팀에 석방요구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협상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탈레반은 최근 한국인 여성 2명을 석방하는 등 다소 유연해진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협상 타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의 말을 인용, “2명의 탈레반 협상팀은 지도부로부터 석방요구 대상 수감자 명단을 변경하거나 그 수를 줄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의 사실 여부에 대해 우리 정부 측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이 보도가 사실일 경우 탈레반이 기존에 제시한 수감자 8명에 대한 석방 원칙을 포기하고 새로운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탈레반이 인질 맞교환 대신 몸값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현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탈레반 측이 억류된 19명의 몸값으로 거액을 제시했고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구체적인 협상진행 상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남은 인질의 조기 석방을 위해 전화통화를 통한 물밑 접촉을 유지했다. 정부는 앞으로의 대면 협상에서 나올 탈레반 측의 요구조건 등을 점검하고 향후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국제적십자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가즈니 적신월사에서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 측의 협상에 대비해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양측은 대면 접촉 없이 전화로 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8명의 포로ㆍ인질 맞교환 조건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아마디 대변인은 지난 13일 한국인 여성 2명을 석방한 뒤 “나머지 19명의 인질 석방은 그간 우리가 요구했던 탈레반 수감자 교환을 받아들여야 가능하며 1차 석방 요구자 8명의 명단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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