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문제 '속도조절론' 다시 대두
南北赤회담서 면회소설치 합의 실패로
이산가족 문제해결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3차 적십자회담에서 남북이 면회소 설치 합의에 실패하자 '속도조절'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3박4일간 금강산에서 열린 3차 적십자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이산가족방문단 교환(26일~28일)과 300명 서신교환(3월15일)을 합의했다.
하지만 이산문제 해결의 핵심적 과제라 할 수 있는 면회소 설치는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따라서 이산가족 면회소는 빨라도 하반기에나 설치가 가능해 지는 등 이산문제가 '게걸음' 가듯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면회소 설치 등 가급적 빨리 타결을 짓고 싶어하는 것과는 동떨어지는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이번 회담의 수석대표를 맡았던 대한적십자사 이병웅 총재특보는 1일 삼청동 회담사무국에서 회담보고를 통해 "면회소 등을 빨리 매듭지을 것"이라며 "4차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4차 회담에서 북측이 이 같은 우리정부 방침을 전격적으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북측은 8.15일부터 금강산 면회소를 설치할 것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이 하루라도 빨리 판문점, 금강산 두곳에 임시 면회소를 설치하자는 제안과는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남북 양측은 경의선 연결지점에 면회소를 설치하자는데 공감을 나타냈다"고 말했지만 북측이 금강산에 항구적인 면회소 설치를 철회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교통편의와 숙박시설 등으로 남측이 판문점 면회소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도 당분간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해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측 언론사 사장단과의 면담과정에서 "판문점은 열강의 각축장이기 때문에 고립시켜야 한다"는 발언이 지금까지 그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쟁점이 될 전망이다.
3월15일로 예정된 서신교환도 밀봉여부, 우표부착 등의 세부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북측과 논란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산문제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