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총리의 방한 이틀째인 20일 일본정부의 사죄와 법적배상을 요구하는 한일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과집회가 잇따랐다.특히 이날 오후 오부치총리의 고려대 특강을 저지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행사장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일한시민공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 YMCA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사 청산을 위한 사죄와 법적 배상 이행 ▲징용자.종군위안부 등 피해자들의 생사확인,유해송환,공탁금반환 등의 대책마련 ▲전후 피해자 배상입법 추진 등을 일본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오오시마 코우이치(大島孝一) 전후보상실현시민기금 공동대표 등일본측 단체 관계자 7명이 함께 했다.
이들 단체는 회견을 마치고 서울 탑골공원에서 집회를 가진 뒤, 종로구 수송동일본대사관 앞으로 이동, `오부치총리 방한 반대' `완전한 과거청산 없이 미래 한일관계 없다'라고 쓴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어 ▲전후 피해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기구 설치 ▲전범 출입국 금지를 위한 명단 작성등 한일 양국의 4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서명한 의견서를 대사관과 외교통상부에 전달했다.
민중기본권 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낮 3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명동성당 앞에서집회를 갖고 탑골공원 앞까지 1.5㎞에 걸쳐 행진했다.
또 오부치총리가 이날 오후 `21세기의 한일관계 설정'이란 주제로 특강을 벌인고려대에서는 대학생 1백50여명이 학생회관과 행사장인 인촌기념관 앞에서 `과거사해결과 어업협정 파기 없는 21세기 한일관계란 있을 수 없다'며 그의 강연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집회후 인촌기념관 진입을 시도했으나 봉쇄되자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교문 앞으로 나가 1시간여동안 연좌시위를 펼쳤다.
경찰은 고려대 주변에 23개 중대 2천5백여명을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