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부족 심화…분쟁도 늘어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양원리를 따라 흐르는 양원천과 동막천은 이 마을의 유일한 농업용수 공급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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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서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던 이 개천이 올 가뭄에는 오래 전에 물기라곤 찾아볼 수 없게 바싹 말랐다.
어렵사리 판 농업용 관정도 모두 물이 마르고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마저 한집 두집 끊겨 버렸다. 양원리의 사정은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전례없는 봄가뭄이 4개월째 계속되면서 전국이 물부족으로 신음을 하고 있다. 하천이 바닥을 드러내 모내기를 포기하거나 공장이 멈춰서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마실 물마저 끊어져 제한급수를 하는 지역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 90년 유엔 국제인구행동단체(PAI)가 우리나라를 물부족국가로 분류하면서 던지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 국제인구행동단체(PAI)는 지난 90년 우리나라를 벨기에나 남아공 등 12개국과 함께 물부족국가로 분류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은 1,452톤에 불과하고 이 마저도 2025년에는 1,276톤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기근국가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까지 해야하는 처지인 셈이다. 이제 물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귀한 재화로 변했고 이에 따라 '물을 물쓰듯 한다'는 말은 아주 먼 옛말이 돼 버렸다.
◇2011년엔 18억톤 부족
그 동안 물걱정 한번 안했던 충남 최대의 곡창지대인 예당평야에도 최근 비상이 걸렸다.
지난 79년 완공된 후 예산ㆍ당진의 평야와 서산ㆍ아산 등 5개 시ㆍ군 1만8,000㏊에 물을 공급해온 삽교호가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지역 강수량이 평년(2백㎜)의 20%인 40㎜에 불과한데다 삽교ㆍ무한천 등 상류에서 흘러드는 유입량이 크게 줄어 삽교호 바닥은 거북등처럼 갈라졌다.
올 3월 이후 6월 14일까지 내린 비는 예년(274㎜)의 32%에 불과한 104㎜밖에 되지 않는다. 모내기는 물론이고 마실 물도 없어 제한급수를 받고 있는 인구도 전국 28개 시ㆍ군 4만7,000 가구에 16만5,000여명이나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식수도 10부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 최근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물 수요량이 공급량을 앞지르기 시작해 2011년에는 18억톤, 2020년에는 26억톤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2,000만명이 거주하는 한강유역도 2011년에 7억5,000만톤의 심각한 물부족 사태가 우려된다.
◇마구 쓰는 의식이 가장 큰 문제
이 처럼 물부족이 심각해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자연적인 특성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연간 강수량이 2,705톤으로 세계 평균의 10%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비가 여름철에 집중돼 대부분의 물이 바다로 그냥 흘러가 버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물부족이 부쩍 심화하는 이면에는 헤픈 물 소비습관이 자리잡고 있다. 국민 한 사람당 하루평균 물소비량은 388ℓ로 독일(132ℓ)의 세배이고 물관리 선진국인 프랑스(281ℓ)나 덴마크(246ℓ)보다 많다. 이를 소득 기준으로 비교하면 독일의 10배, 목욕 많이 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4배다.
이는 원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물 값과도 관련이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정용 수돗물 값은 톤당 평균 276원(업무용 영업용까지 합하면 397원)으로 일본(1,510원)이나 영국(1,802원), 프랑스(1,996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4인 가족 평균 물 값이 월평균 1만원도 안된다.
◇물분쟁 갈수록 심화
물이 이렇게 부족해지자 물을 둘러싼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용담댐 물배분을 둘러싼 충청권과 전북의 대립이 대표적인 예. 대전-충남-충북 등 대청댐 유역 3개 시-도와 전북은 금강 상류 용담댐의 물배분을 놓고 3년째 지리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용담댐에서 방류하는 초당 약 21톤 가운데 전북 전주권 생활용수로 15.6톤을 쓰고 5.4톤만을 하류로 내려보내려는데 대해 충청권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또 낙동강수계에서는 상류 대구-경북지역과 하류의 부산-경남도가 위천공단 건설을 둘러싸고 10년 넘게 공방을 벌이고 있고 한탄강 댐 건설과 관련, 연천과 동두천 주민들도 최근 갈등을 보이고 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