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기호황 지속·실업률 하락 불구/미 고용비용 제자리‘기현상’

◎대기업 등 대규모 인원감축 단행여파/근로자 이직으로 실질임금 14% 감소/금융시장선 “인플레 우려 해소” 반색【뉴욕=김인영 특파원】 경기 호황으로 공장가동이 활발하고 실업율이 떨어지면 노동시장에 수요공급의 애로현상이 생겨 임금이 올라가는게 경제 논리다. 그렇지만 7년째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미국 경제에서는 실업율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고용비용, 즉 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드는 비용은 거의 제자리에 서있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29일 미 노동부의 한 통계가 뉴욕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올 1·4분기중 미국의 고용비용지수는 지난해 4·4분기보다 0.6% 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내용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미국경제가 활황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 고용비용지수가 0.9% 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막상 고용비용지수 증가율이 이정도에 그치자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을 놓았다. 미국의 실업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제학자들이 완전고용상태로 평가하는 6%를 믿돌기 시작, 지난 3월말 현재 5.2%로 떨어졌다. 미국 성인의 67.3%가 일을 하고 있으며, 전업주부나 임산부, 노약자, 직장을 옮기는 과정의 일시적 해고등을 제외하고 거의 완전고용상태에 들어선 셈이다. 노동력 공급이 부족한데도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혜택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미국 기업의 탄력성과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경기활동이 왕성하고 하이테크 업종이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이 대규모 인원감축을 단행하면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4년과 95년에 직장을 잃고 96년에 직장을 새로 구한 미국인들의 실질임금은 14%나 줄어들었다. 기업으로선 경영여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지만, 근로자들로선 그만큼 임금과 복지혜택이 줄어드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날 노동통계는 그동안 뉴욕금융가에 감돌았던 미연준리(FRB)의 금리 추가인상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이에따라 다우존스 공업지수는 사상 두번째 큰 폭인 179.01 포인트(2.64%)나 상승, 6천9백62.03으로, 하이테크업종이 밀집한 NASDAQ지수는 25.60 포인트(2.1%) 오른 1천2백42.63으로 각각 폐장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달러매입 열기가 둔화돼 독일 마르크화에 대한 달러화의 교환비율이 1.7325에서 1.7262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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