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3년하고 닷새 전, 그러니까 1996년 7월 5일 금요일 오후 5시.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양이 앙증맞게 젖은 회백색 머리를 이 세상에 내밀었다.그 양은 지금까지 어떤 양도 경험하지 못한 가장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다. 태어나기 전부터 어미(대리모)의 배 속에서 초음파 검사로 틈틈이 건강을 진단받았고, 어미도 출산할 때 놀라지 않도록 각별한 보호를 받았다. 태어나자마자 「돌리」라는 이름을 받은 것도 마찬가지다.
먹이도 여느 양과 달랐다. 처음에 풀을 먹지 않고 양의 먹이를 농축시켜 가루로 만든 흑갈색 죽을 먹었다. 밖으로 나가 다른 양과 어울리면 만에 하나라도 질병이 옮을까 싶어 오랫동안 우리 속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
돌리의 탄생이 세계적으로 알려지자 일거수일투족이 여느 양과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 뉴스가 됐다. 그러다 보니 지난 해 「보니」라는 암양을 낳고 올해 또 세 쌍둥이를 낳아 정상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뉴스가 됐다.
뉴스거리가 떨어지자 사람들은 뉴스를 만들어냈다. 돌리가 죽으면 박제하여 「20세기 과학의 표상」으로 영국 국립박물관에 전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돌리는 언제 죽을까? 양의 수명은 평균 13년인데….
돌리의 나이가 뉴스의 초점으로 부각됐다. 지금 3살일까, 9살일까? 6살 된 양의 세포를 복제하여 태어났으니 이 6년을 나이에 포함시키면 9살이 된다. 생년월일로 보면 3살이지만, 유전자 나이로 보면 9살이다. 돌리는 태어나자 마자 「늙은 새끼 양」이었을까?
돌리가 이렇게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인간 복제에 있다. 양을 복제할 수 있다면 사람을 복제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 복제가 불러 일으킬 엄청난 혼란에 대한 미증유의 관심이다.
과학자의 관심은 다르다. 생명의 신비다. 창조주만 알고 있는 생명의 비밀을 캐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 순진한 호기심 뒤에 헛된 명예와 돈을 감추고 있는 과학자도 많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1789년 「THE LAMB」이라는 시를 지었다. 이 시는 「작은 양아, 누가 너를 만들었니?」(LITTLE LAMB, WHO MADE THEE?)로 시작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시에 빗대어 돌리에게 빈정대며 다시 묻는다. 「작은 양아, 누가 너를 만들었니?」 그 답은 「유방」이다. 돌리는 회백색 털과 순백색 얼굴을 가진 핀 도어싯(양의 종류)의 젖샘세포에서 복제됐기 때문이다.
블레이크는 창조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양에게 물었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자들은 창조주에 대해 알기 위해 돌리에게 간절하게 묻는다. 「작은 양아, 누가 너를 만들었니?」 생명 복제에 대한 온갖 우려와 논쟁 속에 돌리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메에∼』.
許斗永 기획특집팀 차장/ HUHH20@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