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하반기에 주식 더 사들일 것"

상반기 매수액 23% 줄어들어
1년 계획 따라 자금 집행 땐 추가 매수 여력 오히려 커져
저평가 종목 위주로 매수할 듯


연기금이 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입한 자금이 10일로 2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20% 이상 줄었다. 연기금의 올해 국내 주식투자 비중은 지난해와 비슷하다. 하반기 연기금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 기대감이 그만큼 커졌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2,000선을 돌파했기 때문에 연기금의 매수 규모가 축소될 수는 있지만 연기금의 특성상 연간 투자계획에 따라 국내 주식에 자금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 추가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42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연기금은 2조6,845억원 사들였다. 매수 규모가 23.92% 줄어든 셈이다. 다만 대체적으로 연기금은 하반기에 투자규모를 늘려왔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자금이 들어올 여력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연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 5조7,923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상반기(4조4,025억원)보다 31.57%나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2012년 역시 하반기에는 5조1,13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상반기에는 1조685억원을 순매도해 하반기 투자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1년 역시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210.16% 많은 자금을 투자했고 2010년(45.80%)도 하반기 순매수 규모가 상반기보다 더 컸다.

이윤규 LS자산운용 대표는 "연기금의 투자가 대체적으로 하반기에 몰렸고 올 상반기 2조원 수준의 적은 연기금 자금이 유입됐다는 것을 볼 때 하반기에 연기금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면서 "대체적으로 연기금은 1,900선에서 사들이고 2,000선에서 파는 분위기지만 2,000선 부근에서 지지선이 생기면 연간 투자 계획에 따라 더 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연기금은 최근 해외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는 추세지만 올해 국내 주식 투자 계획에 따르면 대부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국내 주식시장을 사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덜 산 만큼 하반기에 더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자금 중 국내 주식에 19.6%를 투자했지만 올해는 소폭 늘려 20%를 목표로 잡았다. 사학연금 역시 지난해 국내 주식에 25.37%를 투자했지만 올해는 그보다 소폭 줄어든 25.07%를 목표 비중으로 잡아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연기금의 매수세가 줄어들 수 있다. 여전히 코스피지수 2,000선은 부담스러운 지수대이기 때문이다.

도병원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뿐만 아니라 투신권에서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서 매수규모를 줄이거나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코스피 2,000선은 리스크가 큰 지수대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연기금 중 자금 여력이 큰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사학연금은 국내 주식에 투자에 대한 관점을 크게 바꾸지 않고 2,000선에서는 대규모 매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기금은 연초 이후 자동차·철강·건설 등 경기에 민감한 종목들을 대규모로 사들였다. 연기금은 연초 이후 자동차 업종에서 현대차(005380)(2,715억원), 현대모비스(012330)(1,946억원), 기아차(000270)(1,002억원) 등을 많이 사들였고 건설업종에서는 대림산업(000210)(905억원), 두산인프라코어(042670)(488억원), GS건설(006360)(616억원), 현대건설(000720)(586억원) 등을 매수했다. 철강업종에서는 포스코(1,026억원)를 많이 손에 쥐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이후 연기금이 사들인 종목들은 경기민감주로도 볼 수 있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저평가돼 있는 대형주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면서 "내수주·소비재 주가가 연초 이후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경기민감주 중 가치주를 찾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상반기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입했기 때문에 하반기 투자 여력이 더 생긴 것은 확실하고 앞으로도 올라가는 종목보다는 저평가된 종목 위주로 주식을 사모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