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 화력발전소 수주 무슨일이

단독협상자 국내사 선정→재입찰→무효 통보
SK건설 선정 후 재견적 요청… 가격차 못좁혀 2차입찰도 무효
응찰 않던 두산重 수주전 참여… 수주잡음·사업지연에 평판 악화
"에너지사업 보고 잃을라" 우려


해외 에너지 사업 보고 중 한 곳인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현지 정부와 언론 등이 화력발전소 수주건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상 프로젝트는 지난 2013년부터 입찰이 진행된 화력발전소 재정비(모루풀레A·132㎿급) 사업으로 여기에 관여된 주요 업체들은 국내 기업이다. 모루풀레A 수주 문제가 커질 경우 자칫 국내 기업의 평판 악화로 연결돼 추후 이어질 에너지 사업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0일 해외건설 업계에 따르면 보츠와나전력청(BPC)이 발주한 모루풀레A 사업 수주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평판이 악화되고 있다. 4월 현지 발주기관이 사업을 수주한 국내 SK건설·남동발전 컨소시엄에 '재입찰 무효'를 통보했고 여기에 정식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두산중공업이 수주에 참여하면서 이 같은 일이 나타나고 있다.

◇답보상태 SK·추가 참여 두산중공업=BPC는 지난해 7월 화력발전소 재정비(모루풀레A)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SK건설·남동발전 컨소시엄을 선택했다. 문제는 SK건설 컨소시엄이 당초 업계가 예상했던 공사비인 약 3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견적을 내놓은 것. 이에 BPC는 단독 재입찰 기회를 부여하며 재견적을 요청했지만 SK건설 컨소시엄이 불응했고 결국 4개 업체를 지명입찰하는 2차 입찰에 돌입하게 됐다.

이후 이어진 2차 입찰에서도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BPC는 4월 SK건설·남동발전 컨소시엄에 '모루풀레A 사업 재입찰 무효'를 통보했다. 보츠와나 현지 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력난이 극심한 보츠와나에서 발전소 정비사업이 7~8개월가량 지연된 탓에 그동안 쌓아놓았던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두산중공업이 보츠와나 광물에너지수자원부(MMEWR)를 통해 수주에 참여했다. 1·2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두산중공업이 BPC의 2차 입찰 전부터 사업권에 깊숙이 접근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보츠와나 정부 관계자 등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로서는 본계약자가 정해지지 않아 SK건설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의 충돌로까지 비화하지는 않았지만 계약 결과에 따라 한국 기업의 신뢰도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보츠와나 에너지부 쪽에서 접촉을 해와 사업 참여를 검토하게 된 것"이라며 "SK가 수주하려던 것과 공정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낮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SK건설 관계자는 "두 차례 입찰에서 실패했지만 사업 수주엔 분명히 욕심이 있는 상태"라며 "두산중공업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츠와나 에너지 사업 수주에 악영향=더 큰 문제는 이번 모루풀레A 재정비 사업 수주의 과정 및 결과가 향후 줄줄이 이어질 에너지 사업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전력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보츠와나는 오는 2019년까지 자국 내에 1,200㎿의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2025년까지는 나미비아·잠비아·짐바브웨·남아공 등 주변국들과 함께 2만5,000㎿의 전력망을 잇겠다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10일 입찰을 마감한 모루풀레B 2단계 사업(600㎿)에는 한국전력·대우건설, 마루베니·포스코에너지·GS건설, 스미토모·대우중공업 컨소시엄이 참여했을 정도로 국내 기업의 관심도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해외건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태양광발전, 석탁화학 공장 건설 등 에너지 인프라 건설이 활발히 이뤄지는 곳인데 이런 사업지를 놓치면 큰 손해"라며 "그동안 쌓아온 한국과 보츠와나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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