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세상보는 눈

鄭泰成(언론인)5.16 직후의 일이다. 넥타이를 맨 젊은 사람들이 복덕방을 차렸다고 하길래 취재하러 갔었다. 어떤 사람의 부탁을 받고 청량리와 신촌 일대의 땅을 나오는대로 사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절량농가가 속출하고 더러 굶어 죽는 사람도 있었던 당시였다. 청량리와 신촌엔 논 밭 밖엔 더 없었다. 그런 논 밭을 사모아서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일까라는 것이 그때의 의문이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몇달전에만 하더라도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전망도 어두웠다. 또 최근엔 내년 경제전망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경기가 언제 얼마만큼 나아질것인가에 관해 비관적인 견해와 낙관적인 견해가 맞부딛치고 있다. 그런가하면 아예 그런 예측 자체를 냉소하는 축도 없지않다. 그런 예측이 맞아 떨어진적이 어디 한번이나 있었느냐는 것이다. 하긴 세상 일은 미리 알기가 어렵다. 땅값도 주가도 그리고 경제동향도 미리 알기가 어렵다. 그런 불가측(不可測)의 세상 일을 미리 알고저 학자들은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추세를 정리하고 그 속에서 법칙을 찾고저 애쓰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법칙은 대부분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조리있게 설명할 수 있지만 장차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관해서는 확언하지 못한다. 결국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바에 따라 행동할 수 밖에 없다. 5.16때 땅을 산것도 믿음이요 주가가 바닥일때 주식을 산 사람도 믿음을 실천한 사람이다. 내년 경기가 좋아질것이라고 보고 미리 투자 하는것도 믿음일것이며 경기가 나쁘다고 보아 투자를 보류하는 것도 믿음일 것이다. 그런 결정에는 어차피 이론적인 근거란 없다. 적중하면 성공자가 될것이며 빗나가면 실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세상 보는 눈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데 세상 사는 맛이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 보는 눈이 똑같고 따라서 행동도 똑같다면, 그럴리야 물론 없겠지만, 안정적일지언정 세상 사는 맛은 매우 권태로울 것이다. 근자 또 내각제 개헌론과 남북관계론이 심심찮게 전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두가지 일도 다른 세상사와 마찬가지로 불가측의 일임엔 틀림없고 따라서 미리 단정할수는 없겠으나 궁금하고 절실하기로는 다른 일에 지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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