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 못줄이면 2100년 한반도 기온 4.9도 올라

■ 국립기상연구소 기후 변화 시나리오
감시센터 관측 이래 농도 처음 400ppm 넘어
90년후엔 33도 이상 폭염 연평균 56일이나


“연평균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관측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400ppm을 넘었습니다. 이산화탄소 증가 추세를 제어하지 못하면 심각한 기후 변화를 초래하고 말 것입니다.”

이동일 안면도 기후변화센터감시센터장은 9일 지난해 CO2 농도 예비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에 위치한 기후변화감시센터는 세계기상기구(WMO) 지구대기감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관측소다. CO2를 비롯한 온실가스, 미세먼지, 오존, 자외선 등을 국제 기준에 맞게 관측하고 발표한다.

400ppm이라는 숫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차이로만 보자면 2011년 CO2 농도 395.7ppm과 5ppm 차이에 불과하지만 일부 기후학자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대에 이른 것은 최소한 80만년만에 처음이라는 주장을 할 정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늘어나는 CO2를 제어하지 못할 경우 한반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국립기상연구소가 2013~2014년 발간 예정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5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작성을 위해 발간한 전 지구 기후변화 보고서 2012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와 같다고 가정할 때 2100년 한반도 온도는 지금보다 약 4.9도 오를 전망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해도 3.1도가 상승한다.

폭염도 는다.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은 현재 연평균 9.2일이다. 만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2100년께는 폭염일수가 무려 연평균 56.7일에 달했다. 서귀포에서는 열대야가 90일까지 늘었다.

강수량은 최소 6.5%에서 13.2%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지구 강수보다 약 두 배 높은 비율이다.

먼 미래가 아니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점차 잦아지고 강도도 세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는 극값 경신이 줄이었다. 2012년 서울은 열대야 일수가 20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제천은 일최저 기온이 영하 25.9도로 극값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양은 5월에는 1973년 이래 가장 적은 7.5㎜의 비가 내려 가뭄에 시달렸다가 7월에는 480.2㎜로 역대 2위의 호우를 맞아야 했다.

조천호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과장은 “온실 가스로 인한 열기로 바다의 수온이 상승할 경우 지금 예상하는 시나리오보다 더 큰 기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온실가스 농도를 최소한 450ppm 아래로 유지하려면 지금이라도 각고의 감축 노력을 벌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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