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원-한은] '정부 유가증권 금고이전' 자존심 싸움

정부는 그동안 정부 소유의 각종 유가증권을 한국은행 금고에 보관해 왔다. 정부의 금고가 한국은행에 있다는 뜻이다. 최근 재정경제부는 이 금고를 증권예탁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물론 정부의 현찰 예금은 한은이 계속 맡는다.증권예탁원은 국내 유일의 중앙예탁기관으로서 400조원의 유가증권을 보관하고 있으며 최근 경기도 일산에 6,800평 규모의 첨단 금고설비를 완공했다. 유가증권 예탁기능을 강화하고 예탁업무를 일원화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금고 이전은 그러나 한은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가 금고를 떼가겠다고 하자 한은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은 것. 은행의 은행으로서, 정부의 은행으로서 국내 유일의 지위가 흔들리게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증권예탁원은 정부의 금고가 넘어오면 중앙예탁기관으로서 한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국내외에 신인도를 자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한은과 적극적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예탁원 관계자는 『외국 투자가들의 경우 한국 증시에 투자를 하면서도 국내 금융기관의 예탁능력에 의심을 품는 경우가 많다』며 『예탁원의 신인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도 정부의 유가증권 금고가 예탁원으로 옮겨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명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