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이 많이 드는데 카드 모집인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까. 은행 창구에 의존해 카드를 팔면 안 되나요."
윤종규(사진) KB금융그룹 회장의 깐깐한 행보로 KB금융 계열사 임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그가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 과제를 놓고 계열사의 세심한 속사정까지 들춰내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윤 회장은 전날 KB국민카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비용 효율화를 강조했다.
그는 아이사랑카드, 단말기할부채권매입(팩토링) 사업 등 비교적 구체적인 사안들까지도 일일이 지적해 담당자들의 진땀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카드의 한 임원은 "회원 모집 얘기부터 카드 이용금액, 간편결제 이슈 등에 대해 해당 업무 본부장에게 지주 임원들과 함께 토론 형식으로 업무보고가 이뤄졌다"면서 "윤 회장이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는 '을'인데 왜 '을' 역할을 제대로 안 하려고 하냐고 지적하는 등 혼쭐이 났다"고 말했다.
윤 회장의 깐깐한 업무보고 스타일에 계열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을 포함 KB캐피탈 등 계열사들도 윤 회장이 공식 취임하는 21일 이후로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 계열사 임원은 "윤 회장이 총자산이익률(ROA)·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수익성 개선 방향에 대해서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뿐만 아니라 계열사들이 곧 있을 회장 업무보고 준비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업무보고를 집행하는 임원들을 포함해 일선 직원들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고 있지 않다. 그동안 프리라이더(무임승차) 생활을 해왔던 임금피크제 직원들도 업무 강도가 높아지지는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금융의 한 직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들은 특별한 역할도 없이 설렁설렁 일해왔던 게 사실"이라면서 "꼼꼼한 스타일의 윤 회장이 취임한 만큼 변동사항이 있지는 않을지 긴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