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해외 개척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롯데가 계열사를 통해 중국 유통 부문은 물론 전형적인 장치산업인 화학 부문으로도 투자행보에 속도를 붙인 것은 그동안의 ‘롯데식 궤적’과는 사뭇 다르다. 재계 주변에서는 “그룹 전체 매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웃돌 정도인 ‘대표적인 내수그룹’ 롯데가 향후 5년 안에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롯데의 해외진출은 ▦유통 ▦식음료 ▦석유화학 등 그룹의 주력 분야 모두에서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과 중동은 석유화학 부문의 양대 해외거점. 이 가운데 중국에 대한 애정이 특히 눈에 띈다. 케이피케미칼의 이번 중국 현지 고순도텔레프탈산(TPA) 공장 진출에 앞서 지난 2003년 호남석유화학은 중국 야싱사와 합작, PVC 첨가제로 쓰이는 CPE 생산 합작공장을 설립했다. 지난해 7월에는 호남석유화학ㆍ케이피케미칼ㆍ롯데대산유화 등 그룹 내 유화 3사의 영업 네트워크를 통합, ‘호석화학무역(상하이)유한공사’를 세웠을 정도다. 같은 해 9월에는 대진화학유한공사를 인수하며 사업기반을 확대했다. 롯데는 올 3월 출범한 식품 부문 지주회사에 이어 조만간 유화 부문 지주회사를 중국에 별도로 세워 생산 및 영업력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진출이 수요시장을 향한 접근이라면 중동진출은 원료 공급시장으로 한발 더 다가간다는 포석에 따른 것이다. 주력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은 국내 업체로는 처음 카타르 메사이드 공업단지 내에 오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총 26억달러(롯데 지분 30%)의 석유화학 콤플렉스를 세우고 있다. 중동에서는 나프타보다 절반 이상 값싼 에탄올을 주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기 때문에 원가 부문에서 큰 경쟁력을 갖는다는 판단 아래 ‘베팅’한 것. 글로벌 유통라인 구축도 롯데가 해외에서 꿈꾸고 있는 또 하나의 ‘야심’이다. 러시아ㆍ중국ㆍ베트남 등이 1차 공략지. 이곳을 중심으로 롯데는 속속 자체 매장을 세우며 해외망을 넓히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 하반기 러시아 모스크바 백화점에 이어 내년에는 중국 베이징 핵심상권에 중국 1호점을 세우고 동북3성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역시 상반기 중에 호찌민에 베트남 1호점을 착공, 현지에서 총 20여개의 매장망을 확보할 방침이다. 식음료 부문은 중국을 거점으로 인도 시장에서도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투자유한공사(지난 3월 상하이에 설립)는 롯데 식품 부문 지주회사. 이곳에서는 중국 내 18개 식음료 계열사들의 사업을 총괄지휘하고 있다. 롯데는 중국 식품사업에서만 2011년 매출 4,5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2016년 목표는 매출 1조원. 롯데의 거침없는 질주는 신동빈 그룹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식품지주회사 출범식 자리에서 “신흥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한국과 일본 중심인 사업구조를 글로벌 체제로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그룹이 발전하려면 중국ㆍ인도ㆍ동남아시아 등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성공해야 한다”며 “롯데의 경쟁상대는 현지 기업이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지는 신 부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 부회장은 올해 초 중국 칭다오에서 아시아 지역 식음료 판매확대를 위한 ‘롯데 아시아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사업장들을 직접 돌며 현장을 확인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수 위주의 사업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하게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임직원들을 독려한다. 한편 신 부회장은 “이익성ㆍ성장성 등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말해 21세기 들어 국내외에서 벌여온 과감한 영토확장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롯데그룹의 사업확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