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가격을 부풀리다가 적발된 중견가구업체 퍼시스와 리바트에 대한 조달청의 6개월 간 조달 참여 금지 제재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이미 팀스와 쏘피체라는 조달전문업체를 각각 분사해 지난해말부터 조달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의미없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22일 중소업계 따르면 조달 가격을 조작한 퍼시스와 리바트에 지난 8월부터 내년 2월10일까지 6개월간 조달참여를 금지시킨 조달청의 조치에 대해 가구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퍼시스와 리바트가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대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조달시장에 참여하지 않은지 벌써 1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올해부터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분류된 가구품목을 납품할 수 없게 되면서 일반 경쟁제품 조달도 중단한 상태다. 가구업종 특성상 중기간 경쟁제품과 일반 경쟁제품을 함께 섞어 납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기간 경쟁제품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일반 경쟁제품 시장에서만 버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욱이 두 회사는 조달사업부를 2010년과 지난해 각각 팀스와 쏘피체라는 회사로 분리시켰기 때문에 사내에 조달사업 담당 직원도 전무하다. 조달 가격 부풀리기를 주도했던 조직은 모두 외부로 빠져 나간 상황에서 뒤늦게 빈껍데기 회사에만 제재를 가한 셈이다.
팀스는 지난해부터 중소업계에서 '위장 중기'라는 비판을 받은 끝에 내년부터 조달시장에서 퇴출될 예정이지만 쏘피체의 경우 지난해 5월 모회사였던 리바트가 선제적으로 직원주주회사로 전환시키면서 퇴출 소나기는 피한 상태다.
퍼시스의 한 관계자는 "당시 조달업무를 담당했던 직원 누구도 회사에 남아 있지 않고 퍼시스 이름으로 조달에서 손뗀지도 오래됐는데 갑자기 조달청에서 왜 이런 제재를 내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리바트의 한 관계자도 "조달을 안한지 1년이 넘었는데 무슨 이유로 제재를 받는 건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업계에서는 조달청이 실질적인 제재 목적보다는 내년부터 본격 도입되는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 전자세금계산서 의무 발행에 대한 업계 반발을 잠재우고자 처벌 수위를 조절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 아직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가구업계에서 조달 가격을 부풀려 신고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여주기식 처벌에 그쳤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퍼시스 관계자는 "퍼시스와 리바트뿐 아니라 그동안 같은 방식으로 조달 가격을 허위 제출한 가구업체가 대부분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조달청에서도 그 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제재에 그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이에 대해 양사가 대기업으로 분리됐지만 일반 경쟁제품 참가를 제한한 것만으로 충분한 조치를 취했고, 팀스와 쏘피체의 경우 이미 퍼시스, 리바트에서 분사된 만큼 상법상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달청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적한 조치사항을 충분히 이행했고 팀스나 쏘피체까지 제재를 가할 근거가 없다"며 "앞으로 MAS 전자세금계산서 의무 발행 도입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근절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