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재개발 아파트들이 단지명을 통해 기존의 지역색을 지우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어지는 지역이 아닌 인근 인기 지역의 행정구역명을 붙이거나 주변의 유명한 단지나 시설물 이름을 차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네이밍'을 통해 낙후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26일 건설업계와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오는 9월 입주를 앞둔 서울 아현뉴타운3구역 '아현 래미안푸르지오'는 '마포 래미안푸르지오'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합 측은 총회에서 이 안건을 통과시키고 시공사와의 협의까지 마쳤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주거지로는 '아현'이라는 이름이 아직 낯선데다 상당수 사람들이 아현동을 서대문구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행정구역이 마포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측 역시 "워낙 대단지이다 보니 마포라는 점을 강조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단지명을 통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움직임은 다른 단지에서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심지어 주변의 다른 행정구역명을 빌려서 쓰는 경우도 있다. 아현동 '공덕 자이(아현뉴타운 4구역)'는 인근 공덕동의 이름을 차용한 경우다. 지난달 분양한 '목동 힐스테이트(신정4구역 재개발)'도 마찬가지다. 행정구역은 신정동이지만 신정동에 있는 일부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와 생활권과 학군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단지명에 목동을 넣었다.
주변의 유명 시설을 넣어 기존의 지역색을 지우고 '후광 효과'를 받으려는 시도도 있다. 서대문 가재울뉴타운 3구역과 4구역은 각각 'DMC래미안e편한세상'과 'DMC파크뷰자이'로 재탄생했다. 인근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배후 주거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재울뉴타운은 상암DMC와는 행정구역 자체가 다른데다 가장 가까운 DMC래미안e편한세상 3단지조차 상암DMC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로 만만치 않은 거리다.
성동구 금호11구역을 재개발한 '서울숲 푸르지오 1차'는 인기 공원인 서울숲의 이름을 빌려온 경우다. 단지와 서울숲 사이에 중랑천이 있다 보니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쾌적한 주거환경을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이름을 사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재개발 구역이 인근 지역과 시설을 단지명에 넣는 것은 인지도가 높은 지명 등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단지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인근의 행정구역의 이름을 빌려오는 사례는 예전부터 종종 있었다"며 "바로 맞닿은 단지라도 행정구역에 따라 가격차가 크게 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