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은 고령화에 대비해 사적연금에 세제혜택이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관련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또 몇몇 국가는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의무가입하도록 해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독일은 정부가 인증한 연금상품에 가입할 경우 세제혜택 및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인 '리스터연금'을 통해 고령사회의 출구를 찾았다. 리스터연금의 보조금 혜택은 소득이 낮고 자녀가 많은 가입자일수록 커 소득 재분배 기능까지 갖춘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전년도 소득이 똑같이 4만유로인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자녀가 2명 있을 경우 기본 보조금 308유로와 자녀 보조금 370유로를 받을 수 있지만 독신이면 기본 보조금 154유로밖에 받지 못한다.
리스터연금은 처음 도입된 지난 2002년의 계약실적이 257만건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1,500만건으로 성장하는 등 빠르게 시장에 자리 잡는 추세다. 특히 저소득층의 가입률이 2004년 7.5%에서 6년 만에 27.2%로 껑충 뛰면서 이들의 사회안전망 역할까지 하고 있다.
오는 2034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영국은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38% 수준에 불과해 가계의 사적연금 가입을 장려하고 있다. 2012년부터 본격 시행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프로그램인 '네스트(NEST)'는 이 같은 대책의 핵심이다. 준강제형 연금제도인 네스트는 근로자가 본인 임금의 4%를 납부하며 기업이 3%, 정부가 조세경감 형태로 1%를 부담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는 본인 임금의 8%가량을 매월 적립할 수 있다. 현재 25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22세 이상 근로자라면 의무가입 대상이며 2017년에는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본인이 원할 경우 자영업자나 대상연령 이외의 근로자도 가입할 수 있다. 운용주체는 공적기관인 국민고용저축신탁공사로 적립금의 0.3%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호주의 경우 △사회부조 방식의 연금인 노령연금 △기업 가입이 의무화된 보증형 퇴직연금 △세제혜택 등을 통한 개인연금 등의 3중 구조를 통해 고령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이 중 보증형 퇴직연금은 기업이 임금의 9%를 매월 연금으로 납입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이미 호주 근로자의 95%가 가입돼 있다. 퇴직연금을 통한 향후 소득대체율도 60~70% 수준에 육박한다.
보험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과 세제혜택이라는 강점을 가진 독일의 리스터연금제도는 국내에 도입하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우리 정부 또한 저소득층을 위한 연금상품 개발이나 규제완화를 통한 사적연금 시장 활성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