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서태식 공인회계사회 회장

"분기감사제, 모든 공개기업 확대를"
분식회계 관련자는 모두 '공동정범' 엄벌하고
제소요건등 대폭강화 집단소소송 남발 막아야
공인회계사 윤리ㆍ전문성 강화로 위상 높일터

[월요초대석] 서태식 공인회계사회 회장 "분기감사제, 모든 공개기업 확대를" 분식회계 관련자는 모두 '공동정범' 엄벌하고제소요건등 대폭강화 집단소소송 남발 막아야공인회계사 윤리ㆍ전문성 강화로 위상 높일터 서태식 공인회계사회 회장 ◇약력 ▦34년 대구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경기대 경영학 박사 ▦삼일회계법인 설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감사연구위원회 위원장 및 심리위원 ▦쿠퍼스&라이브랜드(인터내셔널) 이사 ▦아시아태평양지역 회계사연맹(CAPA) 의장 ▦삼성문화재단 감사 ▦한국치매협회 이사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 삼일회계법인 30여년 이끌어 • 투철한 정상추구정신 돋보여 대담=김형기 증권부장 kkim@sed.co.kr “공인회계사가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2년의 임기 동안 공인회계사의 윤리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공인회계사가 잘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습니다.” 서태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업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공인회계사의 위상제고’를 꼽았다. 잇단 분식회계사태 등으로 추락한 회계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신뢰성 회복’과 ‘그에 상응하는 수입의 향상’에 힘써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오는 12월 출범 50년을 맞는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현재 안팎으로부터 힘겨운 도전을 받고 있다. 회계감사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수준은 계속 높아만 가고 과당경쟁으로 수수료 수입은 떨어지는 현실에서 매년 1,000명의 공인회계사가 새로 배출되고 있다. 또 미국 상장기업회계감사위원회(PCAOB)는 여차하면 국내 10개 대형 회계법인에 대해 직접 감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집단소송제가 실시돼 자칫 회계법인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다. 회계시장에서 30년 이상 잔뼈가 굵은 서 회장을 만나 지금 회계법인들이 처한 어려움과 이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30년 넘게 회계업무에 종사하면서 바라본 국내 공인회계사의 현 주소는 어떻습니까. ▲지난 50년 동안 공인회계사는 재무정보의 신뢰성을 높였고 국가와 납세자간의 이해관계가 공정하도록 노력해왔습니다. 또 기업의 경영능률을 높이는 등 실로 막대한 사회적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 년간 회계부정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공인회계사가 비난의 대상이 됐지만 이는 공인회계사에 대한 ‘기대차이(expectation gap)’가 주된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기업의 투명성과 완벽감사에 대한 요구가 ‘기대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까. ▲회계감사는 기업이 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재무제표를 작성했는지 판단하는 것이지 회사의 부정을 적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회계감사를 마치 기업의 부정이나 기업경영의 적정성을 감사한 것으로 오인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회계법인이 완벽감사로 경영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바라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인식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경영감시는 회사의 내부감사나 감사위원회가 상시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분식회계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회계감사에서 부족한 부분은 없습니까. ▲물론 기대수준보다 미흡한 회계감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계감사가 안고 있는 위험 한계, 예컨대 회사 경영진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치밀하게 은폐한 경우는 도저히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회계법인에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닉스반도체처럼 사문서는 물론 심지어 공문서까지 허위로 위조해 증빙서류를 제시한 경우나 코오롱캐피탈처럼 금융기관에 대한 잔액조회 요청서를 엉뚱한 주소지로 보낸 후 인장을 위조하는 조직적인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감사인도 어쩔 수 없습니다. -부실회계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다양하지만 회계법인과 기업의 유착관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감사인의 계속감사는 단점뿐 아니라 장점도 있습니다. 업무에 대한 타성이 심해지는 것, 기업과의 유착 가능성 등이 단점이지만 기업의 특수성과 감사인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시각은 어느 한쪽만 바라보는 편견일 수 있습니다. 미국도 상당히 오랜 기간 연구, 검토했지만 결국은 감사인의 강제교체가 감사업무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외부 감사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춰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업 스스로 내부통제에 나서라는 것은 오히려 분식회계의 기회만 더 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식회계는 기업이 내부통제시스템을 무시하고 조직적으로 공모ㆍ은폐해야 가능합니다. 때문에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서는 관련자 전부를 공동정범(共同正犯)으로 엄하게 다뤄야 합니다. 분식회계를 지시한 사장과 임원은 물론이고 밑에서 서류를 조작하고 실행에 옮긴 직원들도 임원과 같은 형량을 선고해야 합니다. 수사권도 없는 외부 감사인이 조직적인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분식회계를 사후에 찾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식회계 공모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 전반에서는 현재의 회계감사가 ‘수박 겉핥기식’ 아니냐는 의혹이 여전히 짙습니다. ▲최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분기재무제표 검토제 확대’는 사실상 연중감사의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기업의 90%가 12월에 결산을 하는 상황에서는 시간부담을 덜고 보다 충실한 감사업무가 가능한 분기감사제가 필요합니다. 미국 등 선진국은 모든 공개기업이 분기보고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검토가 의무화돼 있는 만큼 우리도 이른 시일 내에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은행 사건에서도 나타났듯이 한 사안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회계법인의 해석이 다른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한국회계연구원에서 회계기준을 제정하지만 금감원에서 유권해석을 내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최근 회계기준의 해석과 관련해 논란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급변하는 다양한 경제환경에서 거래의 법규적인 형식과 경제적 실질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고 미래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회계처리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회계기준 제정기관과 해석기관이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데 회계처리의 일관성과 객관성 유지 차원에서 회계기준 제정기관이며 회계전문가 조직인 한국회계연구원으로 회계기준의 제정과 해석권을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부에서는 회계기준 제정권을 금융감독위원회가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IMF 이후 민간의 독립적인 회계기준제정 전문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요구로 한국회계연구원이 설립돼 국제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회계기준의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계기준 제정은 한국회계연구원이 맡는 것이 마땅합니다. -집단소송제 도입이 회계법인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비한 대응방안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걱정이 많습니다. 회계감사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감사보고서 이용자들은 마치 기업의 부정이나 기업경영의 적정성을 감사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현실에서 책임 유무에 상관없이 소송이 제기됨으로써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감사인은 신뢰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소 방지를 위해 형사유죄판결이 확정되거나 형사소추된 후에 집단소송이 가능하도록 제소요건을 강화하고 미국처럼 고의, 의존성, 거래 인과관계, 손해 인과관계, 손해액 등에 대한 입증책임은 제소원고가 부담하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손해배상책임의 상한제에 관한 입법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30년간 현업에 종사하시다가 최근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가장 중점을 두는 역점사업은 어떤 것입니까. ▲취임사를 통해 ‘공인회계사의 위상제고’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내년부터 집단소송제가 시행되고 매년 공인회계사가 1,000명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단히 혼란스럽고 위험한 미래가 눈앞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인회계사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인 과잉기대도 문제지만 공인회계사의 사회적인 신뢰성 확보는 공인회계사 각자가 직업윤리를 엄격히 지키는 일과 뛰어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인회계사라는 전문직은 사회로부터의 신뢰 위에서만 존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임기 동안 오로지 ‘공인회계사의 위상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불편하고 힘든 일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해야 원하는 바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입력시간 : 2004-10-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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