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입영병사 중에서 모집병(자원입대병) 수가 징집병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는 병종과 입대 시기를 골라 입영하려는 맞춤형 입대 수요와 실업난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군당국은 모집병 비율을 장기적으로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6일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현역병 입영 대상자는 25만193명으로 모집을 통해 14만1,077명, 징집을 통해 10만9,116명이 충원될 예정이다. 모집병 수가 징집병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율로는 모집병 56.4%, 징집병 43.6%를 각각 기록했다. 병무청의 한 관계자는 "모집병의 경우 통상 6개월 이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말까지 이 비율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모집병이 크게 늘어난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청년 실업난으로 군 복무부터 마치려는 수요와 함께 전공과 자격증·사회경력에 따라 병종과 입대 시기를 결정하려는 맞춤형 입대 수요가 동시에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모집·징집별 비율(단위 %)을 보면 지난 2013년 49.7대50.3, 2014년 49.5대50.5 등으로 매년 비슷한 추이를 보인 가운데 전원 모집병인 해군·해병대와 공군의 모집병은 제자리 또는 미세한 폭의 증감을 기록했지만 육군의 모집병이 급증해 전체 모집병이 현역병 입영 대상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육군의 모집병은 2013년 8만7,555명에서 2014년 9만4,123명, 2015년 10만1,553명으로 매년 7.5~7.9%씩 늘어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부러 모집병을 확대하려는 유인정책을 펼치는 것은 아니지만 진로와 미래 설계에 따라 입영을 결정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자원입대한 병력의 근무성적이 우수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군내 폭행과 가혹사건에 따라 구성된 병영문화혁신위도 사고 경감책의 일환으로 모집병 비율 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력 감축과 기술군 위주 개편이 불가피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모집병 비율을 6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무청은 모집병 비율 확대와 우수 인재들이 육군을 제외한 해군과 해병·공군에 몰리는 현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각 군별로 상이한 기술모집병 전형 방법을 통일시키기로 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원해서 입대하는 모집병 비율 증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각 군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 모집병 전형 방식은 전반적인 하향 평준화를 낳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