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한 달. 우리 나라는 열광과 기쁨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어디를 가도 붉은색이 넘실대고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이라는 응원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실로 다시 볼 수 없는 두고두고 기억될 장관이었다. 결코 짧지 않은 인생을 산 본인으로서도 가슴 벅찬 순간들이었다.
세계의 모든 언론도 격찬한 것처럼 우승은 브라질이 했지만 이번 월드컵의 진정한 승자는 한국과 한국인이었다. 이것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4강 진입의 신화를 이뤄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를 통해 한국이란 국가와 한국인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이제 세계인들이 우리를 완전히 새롭게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나된 마음으로 성원을 보낸 준 국민들이 이루어낸 정말 값진 결실이었다. 우리는 이 값진 결실의 의미를 좀 더 찬찬히 되새기고 이것이 '한 여름밤의 꿈'이 되어 헛되이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타임지가 언급한 것처럼,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 이번 월드컵은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많은 외신기자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인들이 보여준 높은 문화적 수준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또 이번 월드컵은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많은 외신기자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인들이 보여준 높은 문화적 수준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엄청난 군중이 모여든 거리 응원전에서 보여준 한국인들의 높은 질서의식은 전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보여주었던 높은 문화수준에 비하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인프라는 아직 미흡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다양하고 값진 문화유산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을 외국에 제대로 알리고 자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정책방안은 여전히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한국관광공사의 기구와 기능을 축소하여 지방공사에 이양했다. 그리고 수년동안 계획되고 추진되어 오던 대규모 사업들은 중단시키면서 수 조원의 막대한 선심성 예산이 투입되는 권역개발사업, 관광벨트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도시 경주와 제주도의 실상은 참담하고, 현 정부의 역점사업은 여전히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중단된 관광단지개발 사업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기능과 기구가 축소된 관광공사는 여행사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부는 그 동안 추진되다 중단된 관광단지 개발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치밀하고 효율적인 관광진흥 및 홍보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 수가 전년 같은달 대비 오히려 줄었다는 점, 관광수지 적자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점, 한국보다 동남아 국가들이 관광지로서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는 사실 등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문화수준 제고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순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임ㆍ 음반ㆍ영상물 등 각종 문화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팽창하고 있다고 해도 문화예술에 경제논리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한 사회의 문화수준을 높히고, 이것을 일상 생활 속에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다소의 비용이 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준조세 규제개혁 차원에서 '문예진흥기금'을 폐지하려고 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만약 폐지가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기금 폐지에 따른 대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한일월드컵을 통해 너무나 많은 것을 경험했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우리 국민들을 하나로 만들고,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을 세계 만방에 떨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소중한 경험이 순간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우리가 보여준 높은 질서의식과 문화수준을 계속 유지ㆍ 발전시켜 축구에서 세계 강호들을 꺾었던 것처럼 우리의 문화수준도 세계 4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일윤<국회의원 한나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