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잃은 가운데 당분간 국내외 주요 일정에 따라 출렁이는 이른바 '이벤트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이렇다 할 투자패턴을 보이지 않고 시장흐름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등으로 주가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적극적인 매매전략보다는 신중한 투자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이달에는 국내 증시에 끼치는 영향이 큰 국내외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우선 한국시각 11일 오전3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고 곧이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연준 100년 역사에 대한 연설을 한 후 기자회견을 연다. 양적완화 축소방침이 연준 내에서 어느 정도 지지를 얻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해석에 대해 버냉키 의장이 직접 코멘트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려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동결을 예상하지만 최근 경기회복 속도와 물가를 감안할 때 '깜짝 인하'를 발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은 기존 양적완화 축소 발언을 재확인하면서 현재의 시장금리 급등은 비이성적인 반응이라고 지적할 가능성이 높다"며 "무게중심이 어디에 실리느냐에 따라 시장반응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별다른 발언이 없다면 오는 17~18일 열리는 버냉키 의장의 상하원 통화정책 증언 때까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부터는 미국을 비롯한 국내 상장사의 실적발표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대목은 JP모간ㆍ구글ㆍGEㆍGM 등 미국의 금융, 정보기술(IT), 제조업체의 실적이다. 미국의 실물경기 회복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들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2ㆍ4분기 주당순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한 26.23달러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LG전자ㆍLG화학ㆍSK하이닉스ㆍ삼성엔지니어링 등 이런저런 이유로 실적이 주목되는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다.
박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8일 알코아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미국증시가 상승하는 등 미국 기업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며 "금융 부문과 경기소비재 부문 등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여 이와 연관된 국내 기업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15일에는 중국의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된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도 급락했던 만큼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경제지표다. 시장의 예상성장률은 7.6%로 지난해 3ㆍ4분기(7.4%)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난달 제조업 지수 등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정책초점이 '성장'보다 '규제와 체제안정'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유ㆍ화학 등 중국 경기민감주의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면 중국 리스크는 이미 국내 증시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시장의 전망에 크게 어긋나는 GDP가 나온다면 다시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중국 GDP 발표는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요소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에는 '아베 노믹스'의 성과에 대한 평가성격이 강한 일본 참의원 선거가 열린다. 지난해 12월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지속돼온 엔화약세를 통한 수출부양 정책이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으로 엔저현상 지속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이벤트다. 일본 현지 언론은 야당의 존재감이 미약하고 아베 노믹스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연립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포률리즘 성격을 띤 선거캠페인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엔저현상이 심화될 수 있지만 엔ㆍ달러 환율이 105엔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선거 후에는 재정부담이라는 아킬레스건 때문에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달 말인 26일에는 미국의 7월 미시건소비심리지수 확정치가 발표되고 30~31일 이틀간 FOMC회의가 열린다. 경기회복과 흐름을 같이하는 소비심리지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4일 뒤 열리는 FOMC에서는 양적완화 축소를 정확히 언제, 어느 규모로 할 것인지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