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실의 윤성현이 예측했던 바로 그 진행이 반상에 펼쳐졌다. 83에서 87까지. 백88로 따내고 92까지는 백의 권리. 여기서 이창호는 고심했다. 윤성현은 백의 다음 수는 무조건 참고도1의 백1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흑2면 백3으로 달아나서 잡힐 말이 아니다. 무식하게 4로 잡으러 오는 수가 다소 꺼림칙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외곽이 터져 있으므로 겁낼 것은 없다는 것이 윤성현의 설명이었다. 10분의 장고 끝에 이창호가 둔 수가 실전보의 백94였고 구리는 노타임으로 95를 두었다. “뭐야. 잡으러 오는 수가 정말 겁난다 이건가?” 해설실에 들어와 있던 서봉수가 말했다. “뭐 꼭 겁낸다기보다 중앙을 두텁게 해둔다는 생각이겠지요.”(윤성현) “그거야 백이 이겨 있을 때의 얘기지. 지금은 백이 모자라는 형편이잖아.”(서봉수) “글쎄 말입니다. 이창호가 요즈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양이에요.”(윤성현) 흑99는 쌍방의 모양이 대치되는 큰 자리. 참고도2의 백1로 받으면 흑2로 우하귀를 한껏 확장하는 것이 구리의 구상이다. 그것을 간파한 이창호는 일단 100으로 전진했다. 흑진의 확장을 막으면서 흑대마(우상귀쪽에서 흘러나온 그 흑대마)의 연결고리를 은근히 위협할 작정이다. “하지만 하변의 백진이 너무 엷은걸.”(서봉수) “흑더러 쳐들어오라고 은근히 유인하는 건지도 몰라요.”(윤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