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억원 사회헌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삼성그룹의 '2.7 국민여론 수렴대책'이 발표된 지 1주일이 흘렀지만 실타래처럼 얽힌 삼성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전망이 불투명하다.
오히려 8천억원의 운영주체와 용처 등을 둘러싼 논란이나 '대책없는'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인해 삼성의 입지는 대책 발표 이전보다 더 어려워진 측면도 없지 않다.
우선 8천억원에 대해 사회단체 등이 저마다 자신들이 최선의 운영주체라고 주장하고 있고 진보와 보수진영도 이 문제를 두고 편이 갈리고 있어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삼성으로서는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삼성의 관계자는 13일 "이와 같은 거액의 `조건없는 기부'는 국내뿐만 아니라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사례가 없어 삼성도 고민하고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 여론을 수렴해 운영주체를 선정하고 운영목적을 세우라는 것이 일반적인 요구인데 이런 여론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운영주체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상대 소송과 관련해 삼성은 이미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취하했고 공정거래법에 대한 헌법소원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해당 계열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번주중 취하할 예정이다.
그러나 삼성이 정부에 '백기투항'하는 자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였던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여론과 정치권의 압박 움직임에 큰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은 오는 14일의 공청회 등 예정된 일정이 진행되고 있고 오는 3월 말 삼성에버랜드의 결산보고를 계기로 이 업체가 금융지주회사로 규정돼 삼성의 지배구조에 일대 전환이 초래될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이 인정했다시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유지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똑떨어진 방안"은 강구되지 않고 있으며오히려 "정부와 국회의 결정 수용" 선언으로 삼성으로서는 '최후의 수단'마저 상실한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의 제도 아래서는 삼성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뽀족한 대책이 없다"면서 "소유분산이 잘된 KT&G가 외국자본의 인수합병 표적이 된 현실을 감안해 금산분리 정책이 우리 경제를 위해 보약인지, 독약인지를 재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확대나 자원봉사 강화 등도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올해초 이해진 삼성병원 부사장을 신설된 자원봉사센터 사장으로 승진발령했으나 아직 하부구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본격적인 활동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임직원들의 인사고과나 승진에 반영하는 방법으로 자원봉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자원봉사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안팎의 반대 여론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은 '반삼성'여론에 정면대응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주목을 받았으나 막상 이 모임의 구성원으로 삼성이 내심 생각하고 있는 비판적 인사들은 대부분 모임 참가에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대책 역시 '역사상 최대'인 8천억원의 사회헌납이 발표된 뒤 기대치가 높아져 웬만한 규모로는 흡족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라는데 삼성의 고민이 있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주 발표된 대책은 큰 틀을 밝힌 것이며 구체적인 성과를 재촉하는 것은 결혼하자 마자 왜 아이가 안생기느냐고 윽박지르는 것과 같다"면서 "삼성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