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T發 금융충격 크지 않았다

"파산보호신청 예견됐던 일"
뉴욕 증시·달러환율 무덤덤

제2의 금융위기의 촉발점으로 우려되던 미국 CIT그룹의 파산보호신청이 당초 우려와 달리 글로벌 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CIT그룹의 파산 가능성은 몇 달 전부터 예견돼왔다"며 "CIT그룹이 회생 가능성을 보이며 미 경제의 회복여력에 대한 믿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다음 단계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CIT의 파산보호로 경제 전반이 궤도에서 탈선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2일 CIT그룹의 파산보호신청 소식을 접한 뉴욕주식시장에서 S&P500지수선물은 소폭 상승세를 유지해 지난 7월 이래 가장 큰 폭락세를 기록했던 지난주 말의 '패닉'에서 빠르게 벗어나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 한때 달러당 89.20엔까지 떨어졌던 엔ㆍ달러 환율도 평균 90엔대로 복귀해 위기 분위기를 벗었다. 유로화 가치도 달러 및 엔화 대비 모두 올라 시장이 여전히 경제성장 여력에 베팅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위험통화자산으로 분류되는 호주달러화 가치는 이날 16개 주요국 통화 중 15개 통화에 대해 상승, 이 같은 시각에 힘을 실어줬다. 101년 역사의 미 중기대출 전문은행인 CIT그룹은 전일 이사회를 열어 뉴욕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업체의 파산보호 규모는 리먼브러더스ㆍ워싱턴뮤추얼ㆍ월드컴 등에 이어 미국 역사상 다섯번째에 해당한다. 업체는 성명서에서 "이번 파산신청은 CIT가 중소기업 대출을 지속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구조조정 방안"이라며 "시장친화적인 사전조정 파산계획을 선택해 연말 안에 파산보호에서 벗어나 회생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CIT그룹은 대형 금융사들로부터 대출 받기 어려운 소매업체나 중소사업체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대표적인 미국 내 금융회사였으나 지난 9분기 동안 5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부 구제금융도 23억달러가량 투입됐으나 결국 자체 회생에 실패, 이번 위기 이후 정부 구제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진 첫 사례로 기록됐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3분의1가량이 CIT 고객사라고 밝힌 사모펀드 스파이어캐피털의 릭 패터슨은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중소기업 대출시장에서 CIT의 파산으로 중소 제조업체나 소매업체들에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며 "모든 이들이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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