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한국에 열광" 침 마르게 극찬
[특별 인터뷰] 한국 찾은 앤디 서워 '포춘' 편집장"한국, 유망 중기 적극 육성해 대기업과 괴리 좁혀야"삼성 휴대폰·현대기아차·K팝 성장세 놀라워고부가 수출국인 한국 환율전쟁 동참 불필요美·中 정치가 발목… 유럽, 허리띠 더 졸라매야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사진=윤관식기자
"박근혜 대통령 시대를 맞이한 한국 경제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삼성 등 글로벌 대기업 주도의 경제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생 및 중소기업이 함께 경제를 이끌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세계적인 경제전문잡지 '포춘'의 앤디 서워(사진) 편집장은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한국 경제의 도전과 과제, 글로벌 경제전망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은 경제성장과 함께 미국 및 중국과 얽힌 북한과의 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 '책임이 막중한 자리(hot seat)'에 앉았다"면서 "그의 행보를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워 편집장은 한국의 가장 큰 문제로 북한과의 관계 설정과 함께 ▦부의 분배 ▦고령화 및 노인 빈곤 ▦여성인력 활용 ▦정부의 기능 부족 등을 꼽았다. 또 삼성ㆍ현대차 등 대기업과 나머지 경제와의 괴리가 큰 만큼 이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신생기업 육성과 관련해 정부가 일시적으로 인센티브나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과 시스템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한국에서는 임금 및 각종 복리후생, 경력 등의 이유로 대기업 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처럼 창업이야말로 더 멋지고 훌륭하며 잠재력이 풍부한 일이라는 인식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에서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을 세워 한국 대기업과 신생기업을 연결시켜 창업을 지원하고 있는 브라이언 구(한국명 구본웅ㆍLS그룹 미래원 회장의 장남)를 꼽았다.
박 대통령이 대선기간 중 공약한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를 우려할 수 있다"면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부분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정보기술(IT)과 자동차산업ㆍK팝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성공했다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애플이 경쟁제품으로 우려하는 상대로 부상했으며 미국에서 최첨단의 멋진(cool) 제품으로 사랑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차와 기아차가 약진하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에서 기아차의 마케팅과 TV 광고는 최고이며 품질에 대한 평판도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K팝은 전세계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글로벌 현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미국 경제의 핵심지역인 뉴욕과 실리콘밸리ㆍ로스앤젤레스(LA)에 대거 진출한 아시아 젊은이들이 한국의 음악과 TV 쇼에 열광하고 이를 미국인 친구들에게 전파하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워 편집장은 한국 경제의 이 같은 저력과 장점을 강조하면서 최근 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오른 '글로벌 환율전쟁'에도 한국이 동참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엔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세계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도 일부 영향을 받고 있지만 한국은 더 이상 저가제품으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수출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한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특허제품(Intellectual Property rich product)으로 승부하면서 가격결정력(pricing power)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글로벌 경제에서도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앞서 지적한 과제들을 잘 해결하고 장점들을 적극 활용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3대 축인 미국과 중국ㆍ유럽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주요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을 놓고 여야 및 행정부가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 대해 "미국과 세계 경제를 놓고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정권교체기를 맞아 관심사가 경제에서 정치로 이동하면서 공공지출이 감소하고 사업하기가 어려워지게 돼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역대 정권교체기에도 나타났던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유럽도 방만한 정부지출과 부채 확대 등 경제에서 시작된 위기가 오늘날 정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정위기 해소 방안을 놓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재정위기국 간 대립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의 문제는 재정지출을 줄이고 국민들이 더 오래 일하는 한편 각종 혜택을 덜 받으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85년 입사후 외길 '영원한 포춘맨'
■ 앤디 서워 편집장은
1985년 포춘에 입사해 월가 및 투자전략ㆍIT 분야 등을 취재했으며 2006년 10월 이후 편집장을 맡고 있다. 포춘은 미국 최장수 경제전문잡지로 매년 미국 500대 기업, 세계 500대 기업 등의 순위를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나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이 애독하는 잡지로도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