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의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은 친박근혜계의 내각 및 청와대 입성 스타트를 끊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조각과 청와대 인선에서 친박계 인사들의 등용문이 열릴지 주목된다.
◇유정복, 친박 인선의 스타트=당초 '박근혜 정부' 출범 초 내각 구성에서는 친박계가 배제될 것이라는 예측이 중론이었다.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이명박 대통령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와 차별화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만 보더라도 진영 부위원장과 이정현 비서실 정무팀장,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인 유 내정자를 제외하고는 친박계 인사가 전무하다. 친박계 의원들도 '측근 기용이라는 구설수에 오르는 정권 초반보다는 정권이 안착된 후 기용돼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을 만큼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유 내정자가 기용된 것은 촉박한 시간에 비해 제한된 인재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함께 일한 인물을 계속 중용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상 이미 기용해본 경험이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인재풀이 형성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8일 1차 인선에서도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각각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박 당선인을 지원한 바 있다.
논공행상이 사라지고 인수위 정보로부터 배제되면서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의 이탈 조짐이 일고 있는 것도 친박 등용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국회와 긴밀한 협조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원군 역할을 해줄 기반을 닦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당 지도부는 물론 친박계 의원들조차 인수위에서 진행되는 사안들을 전달 받지 못하면서 '불통'에 대한 불만이 내부에서부터 터져나오는 등 당선인과 여당 간 이상기류가 나타났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들이 정보를 물어보려 전화를 하면 오히려 먼저 인수위 상황을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불통이 지속되면 국회와 협력하며 일을 처리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당선인의 의중과 여당의 상황을 잘 아는 친박계 의원이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이 무겁고 인사청문회를 이미 한번 통과한 경험이 있는 유 내정자 개인적 특성도 한몫 했다. 유 내정자는 '크렘린'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입이 무거워 박 당선인의 신뢰를 받고 있다. 또 현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한 차례 지내며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적이 있어 이번 청문회도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친박 입각, 청와대행 물꼬 트이나=유 내정자로 친박계 인사 입각의 물꼬가 트인 상황에서 추가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부총리에는 이한구 원내대표가 끊임없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서병수 사무총장과 유기준 의원이 거론된다. 박 당선인의 공약을 다듬었던 안종범 의원은 고용노동부, 김현숙 의원은 여성가족부 장관에 오르내린다. 안 의원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당초 이날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청와대 인선으로는 비서실장에 최경환 의원, 정무수석에 이정현 정무팀장 등이 거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