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12명의 장관 내정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야기된 안보 문제와 민생경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놓고 여당과 야당 간 지속되고 있는 '강(强) 대 강' 대치국면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르면 12일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 도발 위협에 장관 12명 임명=청와대는 당초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장관 내정자일지라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에 일괄적으로 장관에 임명하기로 했었지만 원래 계획은 수정됐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저녁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국회로부터 경과보고서를 통보 받은 7명의 장관 내정자에 더해 추가로 5명을 포함시켜 모두 12명의 장관 내정자에 대해 임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류길재 통일부, 황교안 법무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진영 보건복지부, 윤성규 환경부, 방하남 고용노동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 등 7명을 11일 임명할 계획이었다. 이들 부처는 이명박 정부 때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고 부처 기능도 동일하기 때문에 우선 임명하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 민주통합당이 정부조직법 개정 이전이라도 청문회를 마친 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임명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공식발표를 함에 따라 추가로 대상자를 늘리게 됐다. 서남수 교육부, 윤병세 외교부, 유정복 안전행정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등 5명을 추가로 임명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단행하게 된 데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 안보가 위태롭고 민생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강력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장관 없이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이 정부 부처를 관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류길재 통일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정자는 장관 임명장을 받지 못해 긴급 외교안보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등 외교안보 라인에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12일 첫 국무회의 가능성=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던 국무회의가 12일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대통령이 11일 장관 12명을 임명하기로 함에 따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가 열릴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현행 정부조직법상 대통령과 국무총리, 16명의 국무위원 등 18명이 구성원인데 과반수 출석으로 회의개시가 가능하다. 대통령과 총리를 포함해 10명 이상이면 국무회의를 열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국무회의를 열지 못해 '식물정부'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국무회의 개의 조건을 충족한 만큼 장관들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주도적으로 부처 업무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외교안보 라인의 경우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정자, 류길재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삼각편대를 형성해 북한 도발 위협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지 못했지만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경제라인 진용을 구축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아직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았고 사퇴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의 후임 인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윤상직 산자부 장관 내정자만 임명장을 받고 다음주부터 정식 업무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재정부와 미래부의 수장이 업무를 개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