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VS "담배 퇴출" … 헬스케어에 베팅

연 매출 20억달러 손실 감수… 전국 점포서 담배판매 중단
약국 입지 확대 의도인 듯


미국 내 2위 의약·잡화 편의점 업체인 CVS가 연간 매출액 20억달러(약 2조1,600억원)에 달하는 담배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이례적 찬사를 보낼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CVS의 이번 방침은 얼핏 보면 미국인의 건강권을 고려한 이타적 결정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철저히 주판알을 튕겨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하에 내놓은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래리 멀로 CVS 의약품판매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담배 판매중단은 고객의 건강을 위해 옳은 일"이라며 오는 10월까지 전국 7,600여개 점포에서 담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1,230억달러에 달하는 CVS의 연간 매출액 가운데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1.6%(20억달러) 정도로 이번 결정에 따른 주당순이익(EPS) 감소분은 5~9센트(2014년 예상이익 기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앞서 식품의약국(FDA)이 대대적인 청소년 금연 캠페인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CVS의 이 같은 결정에 미국 정부는 열성적인 지지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특별성명을 내 "CVS가 훌륭한 모범을 만들었다"며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뉴욕시장 재직 당시 공공장소 내 금연정책을 추진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도 CVS의 이번 결정에 대해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그러나 CVS가 눈에 보이는 경제적 손실을 마냥 감수하면서까지 이 같은 방침을 내놓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철저한 손익계산 끝에 내린 회사의 전략변화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CVS 같은 미국 편의점은 최근에야 제한된 의약품만 판매할 수 있게 된 우리나라 편의점과 달리 일반의약품 대부분을 팔 수 있는 '편의약국'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을 제외한 잡화 부문에서는 아마존 등 거대 온라인 유통업체나 달러제너럴 등 할인마트에 소비자들을 급속히 빼앗기며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는 실정이다.

반면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른바 '오바마케어(건강개혁 법안)'로 인한 의료보험 적용 확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을 감안하면 향후 헬스케어(건강·의료) 분야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담배 판매 금지 결정이 '건강 지킴이' 이미지를 강화해 향후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약국으로의 입지를 확대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로스 뮤켄 ISI그룹 애널리스트는 "오바마케어 시행 등을 감안해 CVS가 헬스케어 성장에 베팅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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