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로운 상생모델 보여준 삼성의 팬택 투자

삼성전자가 다음달 팬택에 53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03%를 가진 3대주주가 된다.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삼성에 투자를 제안한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파격이나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구원투수로 나선 삼성 모두 칭찬받을 만하다. 이번 투자로 지난해 77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팬택이 경영난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회복하고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계에 상생과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삼성의 투자는 절묘하다. '적은 투자'로 다목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우선 530억원을 투자해 팬택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다면 꽤 남는 장사다. 팬택이 지난해 삼성 계열사로부터 구입한 LCDㆍ배터리 등은 2,353억원에 이른다. 팬택이 기력을 찾으면 팬택은 물론 삼성에도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업체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스마트폰, 나아가 ICT산업 생태계의 공존ㆍ상생을 이끄는 든든한 맏형 이미지를 얻는 것도 덤이다.

팬택이 단순한 거래선에서 지분을 가진 전략적 제휴선으로 관계가 격상되면 사업적 시너지를 추구할 수 있다. 삼성은 고급 브랜드 전략을 유지하고 팬택은 중저가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이 그 예다. 팬택의 쇠락으로 LG전자ㆍ애플의 영향력이 커지거나 레노버ㆍ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삼성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75%를 넘어서 명실상부한 독과점사업자가 되는 부담도 피할 수 있다. 향후 1ㆍ2대주주이면서 재무적투자자인 퀄컴ㆍ산업은행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팬택은 이번 투자유치로 자금난을 극복하고 채권단 등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낼 발판을 마련했다. 심기일전해 혁신적 제품개발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브랜드파워와 국내외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기를 기대한다. 삼성도 국내 ICT산업의 공존과 상생을 주도하는 '명예로운 선두'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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