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가 해야할 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새로운 인물이 새로운 정책으로 진부했던 과거를 청산함으로써 투명하고 살맛나는 희망찬 나라를 건설하면 얼마나 좋을까.우리는 아직 정치, 경제, 사회, 교육시스템 등에서 혁신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새 정부가 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질서의 확립이다. 정해진 규율에 따라 모든 일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적발된 위반사안에 대해 엄정한 처벌이 따른다면 질서가 확립될 것이다. 지난 5년간 정부는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급변하는 대내외여건으로 구조조정이 지연되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지 못했다. 기업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은 2000년말부터 시작된 미국, 유럽, 일본경제의 동시적침체, 2001년에 발생한 전대미문의 9.11 테러사태, 2002년의 대통령선거 등으로 큰 진전이 없었다. 새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부문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재가동이다. 재벌의 소유집중현상을 해소함으로써 중소기업, 중견기업, 기타 대기업 등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재벌에 대한 개혁은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한 후 속도있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권의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은행의 대형화 및 민영화, 투신권의 부실채권 축소, 신협ㆍ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의 경영투명성 확립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미진했던 공공부문 및 노동시장 개혁은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이 부문에서도 시장경제의 원리가 적용될 수밖에 없으며 개혁과정에서 유사기능 통ㆍ폐합, 인력퇴출 등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새 정부가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더라도 이들 부문에 대한 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퇴출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 및 빈곤층에 대한 공공부조의 확충, 결식 노동 및 아동에 대한 식품권(voucher) 제공 등 사회안전망은 향상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담합을 통해 집단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 향후 새 정부는 임금인상, 동일노동럿오舅蛋鳧?법제화, 주5일 근무제 도입 등으로 인한 노사분규가 경제심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불법적인 노동쟁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향후 성장의 동력은 과학기술의 개발 못지 않게 인적자원 확충에서 찾아야 한다. 창의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인력이 꾸준히 공급되지 않고는 개방화된 경제에서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것이다. 여성인력의 경제참여를 높이고, 교육혁신, 현장훈련과 평생교육 강화 등으로 창의적인 인적자원을 양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능력이 떨어지는 인력이 퇴출되더라도 자기 능력에 맞는 직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충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인력의 퇴출과 진입이 자유롭지 못해 생산성 저하로 결국 모두 못사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골프접대, 술향응, 명절선물제공 등 접대문화를 어떻게 양성화하느냐는 것도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음성적 접대문화는 객관적 기준에 따른 합리적 결정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탈세 및 비리로 연결되어 건전한 사회를 구축하는데 장애요인이다. 서구형의 공개된 로비(lobby)활동이 법제화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후진국형 접대문화는 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북한 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전쟁위험을 조속히 해결하여 내국인 및 외국인의 경제심리를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안정시켜 장기투자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투자환경조성 및 관련제도의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경제의 개방화, 자유무역 확대 등으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 및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없이 기술향상을 꾀하기 어렵고, 기업경영, 기업지배구조, 건전성 감독 등에서 국제기준에 걸 맞는 체제를 구축하기 어렵다. <정한영(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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