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방안에 가까스로 합의한 여야가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예산안을 상정하고 추후 심의 일정을 확정했다. 하지만 예산편성의 근거가 되는 정책입법,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 운영 등에 대한 이견이 암초로 남아 있어 예산안이 제때 처리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예결위 여야간사인 김광림 새누리당·최재천 민주당 의원은 4일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바라는 내년 예산안이 빨리 실현될 수 있도록 간사 간 협의를 했다"며 "상임위별 예산심사결과와 세입·세출 근거법안이 종합적으로 올라오는 데 맞춰 빠르고 신속하게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날 4~5일 종합정책질의, 6일 경제부처 부별심사, 7일 비경제부처 부별심사, 8일 보충질의를 진행해 정부를 상대로 한 정책질의를 마무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7일까지 계수조정소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소위를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예산안을 최종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계수조정소위에는 여당 의원 8명, 야당 의원 7명이 참여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예산심의가 정상궤도에 올라섰지만 당초 계획했던 처리기일(16일)이 지켜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양당이 생각하는 연말 입법방향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세입을 놓고 새누리당은 세율 인상을 자제하고 소득공제의 세액공제로의 전환,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른바 소득세 구간 신설, 대기업 법인세 인상 등 이른바 '부자감세 철회'를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기초연금법, 취득세 인하법 등 재정이 수반되는 정책 입법을 놓고도 여야는 상임위마다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가 촉박한 시일동안 세입·세출법안에 대한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하면 이를 바탕으로 짜인 예산안 역시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부는 여야가 합의한 취득세 영구인하로 구멍나는 지방세수를 지방소비세율의 단계적 인상(내년 8%, 2015년 11%)과 목적예비비 1조2,000억원을 편성해 보전하는 방식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짰다. 그러나 내년까지 지방소비세율을 11%까지 즉각 인상하거나 2조4,000억원을 현금 보전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예산안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지도부 간 협상 내용에 대한 각 당내 반발이 다시 국회 운영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4일 의원총회를 열고 4자 회동의 합의안을 추인했지만 "특검 관철을 위한 실질적 노력과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부속조항으로 명시한 것으로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야당과의 합의는 예산 통과를 위해서 국가의 중추 정보기관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며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목청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가 권한위임 및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합의 내용을 발표해버린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