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수습책' 한계 드러내

■ 미국發 신용경색 다시 악화
FRB "금리인하" 군불에도 시장 안정 못찾아
"실물경제 부진 맞물려 증시조정 오래갈수도"



지난 9월 미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0.5%포인트) 이후 진정 기미를 보이던 미국발 신용경색의 불씨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지구촌에 번져가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신용경색 패닉을 수습한 각국 중앙은행의 긴급자금 방출과 금리인하 등 극약 처방이 미봉적 치유책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에 이상징후가 가장 민감하게 나타난 곳은 채권시장이다. 지난주 뉴욕 채권시장은 신용위기의 소용돌이가 몰아친 8~9월보다 더 악화하면서 신용경색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알리고 있다. 뉴욕증시도 5일째 하락하면서 신용경색 재발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이에 따라 FRB의 금리인하를 통한 신용경색 처방이 주식시장의 군불을 땠지만 정책목표인 신용시장 안정에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용위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재발할 소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우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 2년 만기 재무부채권 수익률은 지난주 말 3.78%까지 떨어져 신용경색 패닉이 확산되던 9월28일(3.984%)보다 더 내려갔다. 5년 만기 및 10년 만기 TB의 수익률 역시 하향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이 단기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경색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FRB에 따르면 만기 9개월짜리 ABCP 잔액은 지난주 말 8,883억달러에 달해 신용위기가 폭발한 8월9일 이후 10주 연속 감소했다. 특히 정크본드와 국채와의 금리격차(스프레드)는 4%포인트 이상 벌어지고 있다. 이는 신용위기 발생 이전인 7월보다 높은 것이다. 또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이 서브프라임 관련 신용파생 상품에 대한 자산자치 재평가에 돌입, 이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도 채권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P는 이날 220억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부 증권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앞서 무디스와 피치도 334억달러어치의 채권과 184억달러어치의 채권 신용등급을 낮춘 바 있다. 씨티그룹 등 3개 미국계 은행들이 부실채권 인수를 위해 최대 1,000억달러 규모의 공동 펀드를 조성하려는 계획 자체가 신용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이 펀드가 미 재무부가 관치금융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 높이고 있다. 최근의 신용경색 재발 조짐은 8월 양상과 달리 실물경제의 부진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5일 연속 하락한 뉴욕증시의 조정이 좀더 오래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월 신용위기가 서브프라임 부실에 노출된 금융기관이 확산하면서 발생했다면 최근의 상황은 3ㆍ4분기 기업 실적 부진과 주택경기 침체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에 다시 악영향을 주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용경색의 재발 우려, 경기 둔화, 기업실적 부진 등 미 경제의 침체를 예고하는 악재들이 겹겹이 쌓여 있어 이달 말 FRB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욱 높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시카고선물시장에서 연방금리 선물가격은 이달 말 금리인하 가능성을 92%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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