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에서 문석호(가운데)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흥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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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오는 17일 의원총회를 열어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과 관련, 당론을 확정하기로 했다.
우리당은 이를 위해 8일 오후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의견수렴을 한 데 이어 10일 오전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 당정협의를 갖고 당정간에 이견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우리당은 삼성 금융계열사의 ‘5%룰’ 초과지분을 강제처분하자는 박영선 의원 안과 의결권만 제한하자는 정부 안을 놓고 막판 검토작업을 진행하며 양측 안을 절충한 형태의 ‘분리대응’안 채택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당은 17일 의총 전까지 당정의 협의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복수안을 표결에 부쳐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단일안 마련의 어려움을 반영한 듯 8일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원칙론’과 기업의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팽팽히 맞서 쉽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논란의 핵심은 ‘5%룰’ 초과분 처리 방향. ‘5%룰’ 초과분을 예외 없이 강제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급입법을 이유로 의결권만 제한하자는 의견이 평행선을 달렸다. 고동원 건국대 교수는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보유는 금산법 24조 위반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신설되는 처분명령권을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이 아니며 신뢰보호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될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초과지분 강제매각 처분 방식으로는 1∼2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단계적으로 처분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금융연구원 이동걸 박사)과 금융계열사의 타 회사 출자한도를 5%에서 7∼1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고 교수)이 제시됐다.
황정근 변호사는 이에 대해 “개정안에서 신설되는 강제처분 명령권을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에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으로 헌법상 문제가 있는 만큼 폐지되거나 대폭 개정돼야 한다”며 “과잉금지 원칙 위반, 평등의 원칙 위반의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산법 논란을 ‘사랑의 매’에 비유, “이 체벌은 결국 감정만을 북받치게 만들 뿐 체벌이 가진 진정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준섭 인천대 교수는 “금산법 제정 이전 지분을 취득한 삼성생명의 경우 적법한 보유라고 판단되는 만큼 위법상태를 전제로 해 제재처분을 소급 적용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삼성카드의 경우 현행 금산법을 위반해 보유하고 있는 위법상태이므로 처분명령의 제재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절충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