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경제는 어디로

미국의 신경제(New Economy)가 퇴색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였다. 그러나 지난해 9ㆍ11테러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신경제에 대한 기대는 꺼지지 않았다. 그러다 미국경제는 9ㆍ11사태로 치명타를 맞았고 이어 에너지그룹 엔론, 회계법인 아서앤더슨과 통신업체 월드컴 등이 잇달아 파산하면서 신경제 또한 파탄 상태다. 빛 바랜 신경제 성장신화 신경제가 한창이던 때 이를 주도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신경제를 '번영의 오아시스'에 비유했다. 지난 80년대 말부터 10년 동안 이어진 미국경제의 성장은 경이와 찬탄의 대상이었다. '인플레 없는 성장', 즉 낮은 실업률, 낮은 물가 속에서 성장을 10년이나 지속한다는 것은 경기순환론을 뒤엎는 것이라며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신경제에 대한 분석들이 번영을 위한 복음처럼 쏟아져 나왔다. 미 MIT 대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 같은 이가 IT업종 주가는 피라미드 사기와 유사하다고 뒤늦게 경고를 띄우기는 했으나 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구조조정, 90년대 클린턴 행정부의 IT 기반구축과 대규모 IT투자로 이뤄진 정보혁명이 신경제의 기반이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패턴의 성장이 가능해졌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었다. 지금 미국경제 파탄원인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기업가의 탐욕'이라는 종교적 명제를 들고 나왔다. 미국증시의 큰손인 워런 버핏이 최고경영자들의 스톡옵션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MIT대의 레스터 서로 교수는 "최근의 상황은 우연이 아니라 호황의 말기에서 호황을 이어가라는 압력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한다. 호황 때는 비리를 감추기가 쉬운데 그런 세월이 10년이나 지속되다 보니 비리가 누적돼 작은 불황에도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이다. 매릴랜드 대학의 벤자민 바버 교수는 자본주의 실패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실패가 원인이라고 했다. 자본의 부패는 일상적인 것인데 과거 30년 동안 미국사회를 지배한 시장원리주의(Market Fundamentalism), 과도한 민영화와 규제철폐로 공공기능마저 약화돼 기업비리가 조장됐다는 것이다. 처방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목소리다. 신뢰회복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규제와 벌칙을 강화한 회계관련법이 상ㆍ하원을 통과했고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그린스펀 FRB 의장, 폴 오닐 재무장관 등이 미국경제의 기초건강론을 역설하고 있다. 10년 호황기 동안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2,000포인트 수준에서 1만포인트 이상으로 5배가 올랐다. 한때 7,000포인트대까지 떨어졌던 다우지수는 현재는 최고점 대비 20% 정도가 빠진 8,000포인트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증시침체 속에 재정 및 무역에서의 쌍둥이적자가 재발하고 있지만 올해도 미국경제는 2~3%대의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그 점에서 89년 초 900포인트대에서 출발, 10년 사이 세 차례 1,000포인트를 넘었다가 IMF관리체제 시절 280.00포인트까지 떨어지는 등 널뛰기의 연속인 한국증시와는 기본여건이 다르다. 호황 때 불황을 대비하는 경영 미국경제의 파탄원인은 먼 곳에서만 찾으려 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일단 단꿈에 빠지면 그 꿈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소망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약점이다. 아무리 미국증시가 침체되더라도 우리 증시처럼 10년 전 수준(2,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확고하다. 경제활동도 세상 사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호황 때 불황에 대비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자세는 정부ㆍ기업ㆍ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에 해당된다.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는 기업일수록 비리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야말로 경영의 진수다. 논설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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