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어업·생태계 피해 눈덩이… 멕시코만 '죽음의 바다'되나

美 원유유출 50일째
BP "8월까지 차단" 의지 불구 연말까지 유출 지속 전망
바다거북등 희귀종 멸종위기속 유럽·북극까지 위협 경고
관광·해상운송업등도 직격탄… 유가상승 촉발 가능성


벌써 50일째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온갖 부작용을 낳고 있다. 관광, 어업 등 각종 산업이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생태계도 심각한 위협에 시달리고 잇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원유유출로 멕시코만 연안에서의 조업이 중단되자 새우 를 비롯한 해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일반 새우는 15% 이상 올랐고, 대하 등은 19%나 뛰어 올랐다. 바다가재 가격도 크게 올라 레스토랑업계는 가격 인상을 고민중이다. 미국 언론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21세기 최대 재앙'으로 규정했다. 원유유출 사태가 올 가을까지 지속되면 멕시코만은 '죽음의 바다'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사고를 일으킨 BP는 8월까지 감압유정을 설치해 원유 유출을 완전히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올 연말까지 유출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사고 피해 눈 덩이 불 듯 확대=이번 사고로 원유가 얼마나 유출되고 있는 지는 정확히파악되지 않고 있다. 단지 하루 최대 2만5,000∼10만 배럴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가 계속 유출됨에 따라 피해 지역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BP나 트랜스오션 등이 부담해야 할 보상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BP는 기름제거 비용으로 총 100억 달러를 쓸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보험업계는 멕시코만 사고 피해 규모가 7,500억달러로 지난 2005년 발생한 카트리나 피해액(1,250억달러)의 6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989년 엑손 발데스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엑손은 환경 피해에 대한 보상 비용으로만 30억~40억달러를 지불했다. 아울러 어민들에게 보상 비용으로 10억달러를 별도로 지급했지만 아직도 법정에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엑손 발데스호 사건과 비교하면 BP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수백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정부는 이번 사건에 따른 보상 상한선을 7,500만달러에서 100억달러로 올렸다. 더욱이 개별 소송에 대한 손해배상비용에는 상한선이 없다. 이번 사고로 BP를 고소한 사건만 180건을 넘는 데다 피해 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소송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원유 마구 퍼져 나가며 생태계 파괴=원유가 멕시코만으로 퍼져 나가면서 피해 지역은계속 확대되고 있다. 방제작업을 지휘하는 미국 해안경비대 사령관인 테드 앨런 제독은 "유출 원유가 멕시코만 연안의 4개 주(루이지애나ㆍ플로리다ㆍ앨라배마ㆍ미시시피주)를 덮치고, 날씨에 따라 기름의 이동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방심할 수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 최대 해양생물 서식지인 브레튼 국립 야생생물보호구역 가운데 최소 10곳에 원유가 밀려 들었다"며 "이 일대가 조만간 '킬링 필드'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곳은 멸종위기에 있는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어류 445종, 조류 134종, 포유동물 45종, 파충류 32종 등 모두 600여 종에 이르는 생물체가 서식 중이다. 바다거북은 이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으로 이미 200마리 이상이 사망해 멸종위기에 처했다. 지난 수십년간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연안 환경보호 사업도 허사로 돌아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BP는 독성 논란이 일고 있는 '화학 분산제'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혀 2차 해양오염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유출 원유가 대서양 한복판으로 이동, 수주내에 오염 사태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올 여름 발생할 허리케인은 이 같은 피해를 부추길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사태가 유럽과 북극의 생태계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미 해양연구소 칼 사피나 소장은 "대서양의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번식을 위해 멕시코만을 찾기 때문에 이 생물들이 돌아가지 못해 유럽과 북극까지 연쇄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름 제거 작업 등에 참여한 사람들도 현기증 등으로 고통을 하소연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주민 수십명은 두통 증세를 보여 입원했다. 미 보건당국은 장기적으로 중앙신경시스템이나 혈액ㆍ콩팥ㆍ간 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어업ㆍ관광ㆍ해운업 등도 직격탄 맞아=어업 등 다른 산업의 피해도 심각하다. 멕시코만에 인접한 4개주는 이번 사고로 '어업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멕시코만 지역은 미국 전체 어획량의 20%, 미국 전체 새우 공급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공급되는 굴 가운데 67%는 멕시코만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사고로 파괴된 굴 양식장이 복구되는 데만 최소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관광업 피해도 만만치 않다. 멕시코만 연안의 숙박업계와 선박 임대업자들도 손님이 뚝 끊어져 울상을 짓고 있다. 가장 큰 피해 지역은 연간 8,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플로리다다. 플로리다에는 100만명 이상의 주민이 관광업에 종사해 60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 주 전체 세입도 21%나 차지한다. NYT는 이미 이 지역이 입은 피해액만 20억 달러로 추정했다. 멕시코만 연안을 통과하는 해상운송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해양대기관리청(NOAA)은 미시시피강 입구에 임시 정박지를 마련, 선박이 입항하기 전에 오염물질을 제거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미시시피강 하류의 항구는 옥수수, 콩, 밀 등 연 5,000만톤이 넘는 곡물이 수출되는 통로여서 운송 지연 사태가 발생하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관련 재보험료 및 유가 상승 가져올 듯=FT는 이번 사고로 보험사들과 재보험사들이 직접적으로 입게 될 손실이 10억∼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보험업계는 이번 사태 이후 기업들의 보험료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에너지 관련 업체들의 재보험료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카트리나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재보험요율이 20% 이상 인상됐다"며 "최근 자연재해에다 멕시코만 사고까지 겹쳐서 원유 시추시설 보험 계약은 30%, 해상책임보험 계약은 100% 이상의 요율인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대량의 원유 유출로 석유공급 차질이 예상되면서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고로 미국 연안에서 신규 유전 개발이 금지됨에 따라 공급 물량 감소에 따른유가 상승은 물론 관련 업계의 사업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NYT는 미국 심해유전 개발이 상당한 차질을 빚으면서 원유 생산비용도 배럴당 10∼15달러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원유 유출에 따른 피해는 전세계 소비자들에게도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 흡수 스펀지' 곧 상용화, 석유 먹는 미생물 배양 잰걸음


■ 기름제거 기술 어떤게 있나

멕시코만 원유 유출 피해 지역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피해를 막으려는 노력도 치열하다. BP는 사고를 하루 빨리 수습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BP가 현재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유출된 원유를 회수하는 기술은 과거에 비해 크게 발전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원유를 회수하는 데는 스펀지, 미생물, 화학 제품 등이 주로 사용된다. ◇원유 흡수 스펀지=케이스 공대의 매트 과일라 교수는 기름과 물을 분리해 원유를 처리하는 초경량 스펀지를 개발했다. 이 스펀지는 점토와 고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이 스펀지는 테스트 결과 기름을 빨아들인 후 다시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스펀지 원료의 이름은 에어로겔(aerogel). 에어로겔은 공장 바닥, 도로, 강 및 바다 등으로 누출된 모든 종류의 기름과 유기 용매를 흡수, 정화할 수 있다. 매트 교수팀은 현재 에어로크레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어로크레이는 5년안에 상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어로크레이사 관계자는 "아직 실용화 단계가 아니라 이번 원유 유출 사고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석유 먹는 '슈퍼균'=일부 미생물은 자연 상태에서 석유를 분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하면 이런 석유 분해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런 연국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테리 헤이즌 선임 연구원은 "상당수 기업들이 석유를 먹는 미생물을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미생물들은 연구실에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배양한 것"이라며 "염분이 많은 바다에 미생물을 방출하면 곧 죽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박테리아에 어떤 물질을 이식해 DNA를 조작, 석유를 분해하는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원유의 유막을 태우는 기술도 개발중=일반적으로 모은 원유에서 유막을 없애는 방법이다. 프라이팬에서 요리를 할 경우 기름은 가장자리로 모이는 원리에 착안한 것. 방제 전문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컨설팅업체 SL로스환경리서치의 부사장 스티브 포터는 "수면에 모인 유막은 두께가 약 1∼ 6mm까지 증가한다. 유막을 두껍게 한 후 불에 태울 경우 원유 회수량을 늘릴 수 있다. 현재 실리콘을 주성분으로 한 계면(두 물질의 경계면)활성제를 통해 원유 회수율을 대폭 높이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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