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주식 쇼핑' 통 커진다

상반기 순매수 규모 적어 하반기엔 투자자금 여유
연 목표치 달성위해 저평가 대형주 '사자' 확대 예상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이 7월 이후 주식 쇼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주요 연기금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지난해보다 22%가량 작아 주식 보유 목표비중을 채우기 위해 연말까지 '사자주문'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은 4일 주요 연기금이 하반기에 국내 주식의 매수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자산 배분에서 주식의 비중을 늘릴 계획을 세운 연기금이 상반기에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지 않았기 때문에 하반기에 순매수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유가증권 주식을 3조4,312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조4,024억원보다 9,712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 해(10조1,947억원)와 같은 수준으로 주식을 사들인다고 가정하면 매수여력은 6조7,635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하반기 주식투자금이 7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연기금이 저금리 기조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안정적인 채권투자보다는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투자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산의 19.7%를 국내 주식에 투자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국민연금의 중기 자산 배분안에 따르면 오는 2019년 말까지 국내 주식 비중은 20% 이상으로 목표치가 정해졌다. 사학연금은 지난해 말 25%였던 주식 자산 비중을 2017년 말까지 35%로 높이기로 했다. 공무원연금과 교직원공제회도 주식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올 상반기보다 하반기 증시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 주식투자 비중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늘어난 투자금이 상당수 대형주에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와 중소형주와의 가격 격차가 많이 좁혀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대형주의 주가 프리미엄이 절반 이상 깎였다"며 "대형주의 가치가 많이 저평가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기금이 안정적인 대형주 위주의 투자를 선호한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미 국민연금은 대형주 투자를 위한 1조원 규모의 자금 집행을 시작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국내 대형주 투자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신규로 투입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했는데 지난주부터 위탁 운용사에 대한 자금 집행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는 "연기금의 매수 규모 증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연기금이 선호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라고 조언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경우 박스권 하단에서는 연기금이 순매수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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