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잇단 '경제 챙기기' 배경·의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챙기기'는 불투명한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대처와 새 정부의 재벌개혁 움직임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경기상황을 보면 내수는 꽁꽁 얼어붙고 설비투자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데다 물가급등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또 미ㆍ이라크 전쟁, 베네수엘라 총파업 등으로 인한 유가급등과 세계경제 침체, 높은 무역장벽 등으로 올들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마저 비상이 걸렸다.
재계도 재벌개혁 등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많은 의문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재계는 노 당선자가 대선공약으로 내건 출자총액제한제 유지,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조기 도입, 상속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주5일 근무제 실시 등에 대해 최근 내놓고 반발하지는 못하지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경제분과 위원들이 대부분 현장경험이 없거나 실무에 밝지 않은 개혁파들이어서 새 정부가 경제정책을 개혁지상주의에 따라 운영하면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이에 따라 현 정부의 경제기조를 유지,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재계와 만나 새 정부의 재벌정책이 결코 급진적이거나 개혁 일변도가 아니라는 점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인위적 경기부양 반대
노 당선자는 단기적이고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노 당선자의 7% 경제성장 공약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넘어서는 수치라며 우려를 표명해왔다.
특히 노 당선자측 핵심 경제참모 중 '분배증대를 통한 성장'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분배문제와 경제성장 목표치를 달성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노 당선자의 발언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은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량을 늘린다든가 금리를 대폭 내리는 등 인위적 정책은 쓰지 않겠다는 취지"라며 "다만 가계소비 전망, 기업수요 전망이 떨어질 경우 재정 부문에서 내년에 집행할 예산을 앞당겨 집행하는 등 탄력적인 운용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5+3구조조정 원칙' 유지
구조조정에 관해서는 현 정부의 5+3 원칙을 유지하되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시장경쟁의 공정성을 한층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5대 기본원칙은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상호 채무보증 해소 ▦재무구조 획기적 개선 ▦핵심역량 강화 ▦책임경영 제고이며 3대 보완원칙은 ▦제2금융권 경영지배구조 개선 ▦순환출자 억제 및 부당내부거래 차단 ▦변칙상속 및 증여 방지 등이다.
노 당선자의 핵심 경제참모인 정세균 민주당 국가비전21위원회 본부장은 "옛날에는 재벌그룹에 속하면 유리한 입장에서 경쟁을 했었는데 이제 불평등한 것을 없애 똑같이 경쟁하자는 것"이라며 "재벌에 속한 큰 기업도 법과 질서, 시장원리ㆍ경쟁원리에 의해 운영하면 전혀 불편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조만간 있을 경제5단체장과의 회동에서 이 같은 입장을 좀더 명확히 밝힐 가능성도 있다.
구동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