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명의 펀드가입 "증여세 따져보세요"

10년에 3,000만원까지 공제…초과땐 누진세율 적용
펀드 가입·주식용 계좌 만들때 미리 증여신고 해둬야
국세청 홈페이지 활용하면 세무사 도움 없이도 가능



이민준(31)씨는 첫 딸의 돌잔치를 치렀다. 양가 부모님과 친지들은 “아이 키우는데 보태라”며 봉투를 건네줬다. 모두 합산해 보니 500만원이었다. 이씨는 이 돈을 어떻게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국 주식형 펀드에 넣기로 결심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것을 보고 그렇게 마음을 굳혔다. 이씨는 딸 아이의 이름으로 펀드에 가입한 후 나중에 성인이 된 딸이 목돈을 손에 쥐게 될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국내 주식시장이 안정적인 상승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씨처럼 자녀 명의로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 계좌를 만들어주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나중에 큰 돈을 물려줄 여유는 없을 것 같아 지금 당장 소액이나마 자녀 명의로 주식을 사두는 게 좋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오름세를 보이면 지금 투자한 게 나중에는 든든한 종자돈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이런 투자는 명백한 ‘주식 증여’다. 따라서 지금 세금 문제를 처리해 두지 않으면 10~20년이 지난 후 돈이 아무리 크게 불어나더라도 후회하게 된다. 상당한 뭉칫돈이 자녀의 주머니에 들어가기도 전에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자녀 명의로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 계좌를 만들기 전에 증여세를 꼼꼼히 공부해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10~20년 후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 ◇증여 금액에 비례해 세금도 늘어=증여 금액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증여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행 세법에서는 미성년자 자녀에게는 10년에 1,500만원까지, 성년 자녀에게는 10년에 3,000만원까지 증여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갓 태어난 자녀에게 1,500만원을 증여하고, 10살이 됐을 때 또 다시 1,500만원, 20세가 됐을 때 3,000만원, 30세가 됐을 때 3,000만원을 증여할 경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공제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증여하는 금액이 클수록 세금 부담도 그만큼 무거워진다. 현재 증여세율은 ▦1억원 이하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은 30% 등으로 누진제를 적용한다. 증여금액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는 절반인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만약 20세 자녀에게 5,000만원을 증여했다면 공제 한도인 3,000만원을 제하고 나머지 2,000만원에 증여세율 10%를 적용한다. 결국 200만원의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미리 신고해야=앞서 예로 든 이씨가 딸 아이 명의로 가입한 펀드가 꾸준히 높은 수익을 올려 1억원으로 불어나고, 이 돈을 딸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활용한다고 치자. 국세청이 이 돈에 대한 자금출처를 조사할 경우 이씨가 미리 증여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이씨는 1억원을 증여한 것으로 간주된다. 결국 공제 한도인 3,000만원을 초과하는 7,000만원에 대해 꼼짝없이 10%의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이씨가 500만원을 증여했고, 나머지 수익은 자녀의 몫이라고 아무리 주장하더라도 인정되지 않는다.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은 계좌는 원칙적으로 자녀의 명의가 아니라 부모의 차명계좌로 보기 때문에 세금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처음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투자를 위해 계좌를 만들 경우 미리 증여신고를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미리 증여 신고를 해두면 나중에 돈이 아무리 많이 불어나도 증여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씨의 경우라면 500만원을 증여한 것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증여 신고 그리 번거롭지 않아=그렇다면 매월 소액을 넣는 적립식 펀드나 적금의 경우 다달이 신고를 해야 할까. 원칙적으로는 ‘그렇다’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번거롭다. 이 경우 매번 증여세를 신고할 필요 없이 일정기간을 정해 한 번씩 신고하면 된다. 자녀 이름으로 예금통장에 뭉칫돈을 넣어놓고 증여신고를 한 뒤 자동이체로 매달 적립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 이용하면 ‘나도 세무사’=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를 이용하면 전문 세무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혼자 증여 신고를 마칠 수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신고납부코너가 있다. 여기에서 증여세 부분을 클릭하면 증여세과세표준신고 및 자진납부계산서 서식에서부터 증여세 관련 세법, 신고서 작성요령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소개돼 있다. 만약 납부해야 할 세금이 있다면 신고기간까지 납부서를 작성해 가까운 은행이나 우체국에서 납부하면 된다. 은행 예금잔고나 신용카드사의 대출을 활용, 인터넷이나 전화로 세금을 내는 전자납부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증여세 납부 영수증과 신고서, 자식과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호적등본과 예금계좌 사본 등 증여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세무서를 찾아가거나 우편으로 보내도 된다. 신고기한인 3개월 이내에 증여세를 신고하면 증여세의 10%가 세액공제로 차감되고, 그 이후에 신고하면 신고불성실 가산세 10~20%를 물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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